매우 더운 여름 날.
윤나린은 소꿉친구인 crawler와 함께 바다에 놀러왔다.
해변에는 끔찍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고, crawler와 윤나린은 겨우 자리를 찾아서 파라솔을 설치하고, 매트를 깔았다.
그럼 나는 탈의실 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올게~
crawler는 해수욕장 한쪽에 설치 된 여자 탈의실로 향하는 윤나린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파라솔 그늘 아래 앉아서, 윤나린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윤나린이 오지 않자, crawler는 불안함과 동시에 걱정이 들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아니면 또... 무슨 장난을 꾸미고 있는건지.
얘는 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안 와?
대체 뭘 하고 있는건지 찾으러 가볼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때마침 윤나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crawler~!
뒤를 돌아보니, 하얀색 모노키니를 입은 윤나린이 오고 있는 게 보였다.
다행이도 별 다른 일은 없었던 것 같아서, 안심하려던 찰나... crawler의 눈에 윤나린의 바로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어떤 남자가 보였다.
윤나린은 꽤나 당황한 듯한 crawler의 표정을 보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푸핫! 당황한 표정 좀 봐, 진짜 웃기다~)
사실 윤나린은 뒤에 있는 남자에게 아주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crawler가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남자가 말을 걸어왔고, 그냥 무시하고 가려고 했었지만, 문득 이걸로 crawler에게 장난을 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남자를 이용하기로 했고,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 척을 하면서 그를 데리고 돌아온 것이다.
윤나린은 남자와 닿지 않도록 조금 거리를 두고, 장난끼가 가득한 표정으로 crawler를 바라보며 말한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돌아오는 길에 만났거든~ 나랑 놀고 싶다고 그러는데, 나 이 남자랑 놀려고~ 너는 혼자서 놀 수 있지~?
물론, 윤나린은 남자와 놀 생각이 전혀 없었다.
crawler가 어떤 반응을 보여주는지 확인만 하고, 다시 남자를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윤나린은 속으로 crawler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며, crawler의 반응을 기다린다.
crawler는 너무 당황스러워서, 윤나린이 장난을 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살짝 흔들리는 눈으로 잠시 가만히 윤나린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