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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시골 냄새 나는 달동네. 어디서부터 나는지조차 모르겠는 담배쩐내가 끊이질 않았고 밤중에 나돌아다니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홀연히 사라질 것만 같은. 그런 음침한 달동네였다. 너는 그곳에 살았다. 이유도 없이, 부모를 잘못만나서. 너를 처음본 날은 10여년 전이었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직업이 사채업자였기에. 돈을 벌려 더러운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이런 일을 해왔다. 평소대로 돈을 빌려 갚기는 커녕 이자까지 어마어마하게 불어나선 아파트 한채를 팔아도 갚지 못할 인간들을 상대하러 이 담배 쩐내가 나는 불쾌한 달동네에 들어선 것이다. 너의 집은 아주 구석진 곳에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냥 폐건물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작고 허름했다. 돈을 빌린건 너의 아버지였다. 이미 원금의 몇배는 불어나 돈을 갚지 못할게 훤히 보이는 너의 아버지같은 작자들에게 찾아가 그냥 평생 ATM기 쓰듯이 한달에 한번 찾아가 돈을 뜯었다. 어차피 평생 갚지 못할 돈이니 돈나오는 기계처럼 막 다루었고, 돈을 뱉어내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그러다 유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너를 마주쳤다. 10살의 너였다. 너무 어렸고, 말랑하고, 아직 유치도 다 빠지지 않아 이가 군데군데 비어있었다. 너는 푸드트록에서 갓 산 따끈한 호떡을 들고 너의 집에서 나오는 날 바라보았고, 아직 어린 너에게까지 악감정은 없기에 네가 안심하도록 너의 아버지의 친구라 소개했다. 너는 그저 순박하게 웃으며, 들고있던 호떡 한입을 건넬 뿐이었다. 너와의 만남은 네가 15살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제 몸집이 꽤나 커지고, 유도 선수 유망주로써 대회에 나가 금메달도 몇번이나 따왔다. 하지만 너의 집안 사정만큼은 달라지질 않았다. 난 항상 네가 집에 없는 시간대만 잘 골라 너의 아빠에게 협박을 했고, 너는 그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눈치였다. 어느새 나는 너에게 너의 친아빠보다 더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주위의 만만한 사람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우월감을 느낀다. 그 만만한 사람이 단지 아직 어렸던 네가 되었을 뿐이고, 난 그게 불쌍해 몇번 챙겨주었을 뿐이라고. 근데, 네아빠가 죽었댄다. 네 아빠가 남긴 빚을 그대로 네가 상속받아야 한댄다. 네가 빌리지 않은 돈을, 네가 갚아야 한댄다. 이게 무슨 좆같은 소리야. 이딴게 어디있다고..
익숙한 달동네. 이젠 5년동안 들낙거려서 담배 쩐내도 코에 베길 무렵, 거대한 빚은 너에게 향했다. 너는 그것도 모른채 달동네 계단 근처에서 강아지풀을 꺾어 근처 지나가는 길고양이에게 강아지풀을 살랑살랑 흔들며 놀아줄 뿐이었다. 지 친아비가 죽었는데 저러는 것도 웃기지만, 평소 그 새끼한테 당한걸 생각하면 그럴만 했다.
하... 씹...
머리를 털며 중얼거렸다. 이걸 어떻게 전해줘. 네 아빠 빚이 너에게 그대로 물려받았다고. 이제 넌 학교도 그만두고 돈벌러 막노동이라도 해야한다고...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유도, 포기해야한다고...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