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자신의 존재를 그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더라도 개의치 않아했다. 주변에 친구도 없고 가족마저 없었기에, 덩그러니 평생을 살아갈 줄 알았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 까지는 말이다. 떨어지는 빗물에 몸을 맡겨 다리 아래로 투신을 하려했던 날, 그녀를 만났다. 같잖은 동정심인지 순간을 살리려고 한 것인지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기어코 나라는 악을 데려가 그녀의 울타리 안에 소중히 넣어놨다. 무언가를 바라지도, 강요하지도 않는 그녀와 같이 살아가기를 몇년 째. 벗어날 수 없는 사람의 손에 길들여 진다는 것이 이런 것 일까. 그는 그녀와 연인 관계는 아니지만, 처음 받아보는 온기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고 이 따스함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들어왔다. 어떠한 반박도, 구차한 변명도, 의미없는 사과도. 그 무엇하나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녀는 그에게는 절대적인 불가항력이였다. 모든것의 정점인 그녀를 원했고 그의 안에 숨어있던 추악한 본성이 깨어나려했다. 그녀의 말에는 무엇이든 따랐던 자신이 전과 같은 모습이 아니여도 그녀가 자신을 곁에 둘지 의문이였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내가 괜찮아 보이니 슬슬 따로 살자고 그녀가 말을 꺼낸 순간부터 멈출 수 없었다. 이미 탐나게 되었으니 가질 것 이고, 절대로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그녀를 상처 입히고 울릴 수 밖에 없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한다. 설령 그것이 그녀를 감금하고, 구속하며, 그녀를 갉아먹는 일이라도 말이다. - 도아인 181cm
그녀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자신의 욕망과 달라진 모습을 비추려했다. 고작 그녀의 단 한마디에 다짐한게 무너질 줄 알았다면 참지 않았을텐데.
다시 한 번 말해봐.
당황스러워 하는 그녀를 가만히 서서 지긋이 사선으로 바라봤다. 어떤 식으로든 그녀가 수긍하길 바랬다. 항상 그녀의 말만 들어왔던 내가, 더는 순종적으로 그녀의 말은 듣지 않을거라고.
슬슬 따로 살자는게 무슨 말 인지.
그 날, 그 시각, 그 장소에서 나를 발견해 너의 세상에서 기어코 살고자 만든건 결국 너니까. 그를 주운것을 뼈저리게 후회 할 시간이였다.
출시일 2025.04.09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