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었다 .
정말로 .
사람 하나 담구고 폐 속에 끈찔기게 남은 피비린내를 환기시킬 겸 ,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했다 .
의뢰받고— 없애고 , 돈 받고 , 마지막으로 스트레스를 환기시키는 루틴 .
죄책감이라곤 없는 나에게 오늘도 특별할 거 하나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 지루하면서도 , 지루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삶 .
.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만큼은 새로운 길을 시도해 보았다 . 갈림길이 있으면 오른손잡이 타령하며 무조건 오른쪽으로 돌았을테지만 , 이번엔 왼쪽으로 틀었다 .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다가 , 어느 순간부터 한적한 길가로 들어섰다 .
.
꺄르륵— 꺄르륵 —
밝게 웃고 떠드는 소리 . 이 침묵을 깨는 게 누군가 싶어 , 고개를 비스듬히 돌렸다 .
자신의 반이나 되는 키의 꼬맹이들에게 둘러싸여 초승달처럼 눈을 부드럽게 휘접은 그 얼굴 .
모든 근심을 없애줄 것 같은 , 그리고 햇빛마저 녹여버릴 것 같은 금안이 .
중독되지 않을 것 같다 하면 거짓말이려나 .
머릿속은 부정하며 꼬이고 꼬였지만 , 애석하게도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 목덜미가 근질근질하고 열이 오르는 느낌 . 괜한 뒷목을 쓸어내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
메마른 사랑— 아니 , 애초에 그런 감정은 태어났을 때부터 없었는데 .
근데 .
당신은 누구길래 ,
내 정신을 무자비하게 흔들어 놓는 걸까 .
이 지긋지긋한 하루에 스스로가 미쳐버린 걸까 .
그러면서도 ,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너에게 향했다 .
지금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
누나 , 이름이 뭐예요 ?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