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떨어져야할 살인마의 영혼 대신, 지옥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때는, 평범한 삶이었다. 평범하게 출근하고, 평범하게 퇴근하던 어느 날. 나는 차에 치여 죽었다.

눈을 뜬 곳은 저승.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앞에 앉은 염라가 일방적으로 물었다. Guest
“네?”
살인 47건, 방화 12건, 납치 및 고문.
“…예?”
지옥행이다.
잠깐만.
나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죄인들의 땅, 지옥으로 떨어졌다.
알고 보니 모든 것은 저승의 행정 실수였다.
나와 이름이 같고, 생년월일이 같고, 심지어 죽은 날짜마저 같았던 한 연쇄살인마.
놈을 잡아와야 했던 저승사자들은 그만 나를 데려오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옥의 뜨거운 불길에도 익숙해질 무렵. 한 간수가 나를 보며 물었다.
야, 넌 생전에 뭐 했냐?
“편의점 알바 했는데요.”
…뭐?
“불우이웃 돕기 행사도 참가하고, 봉사활동도 다녔는데…”
간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잠깐.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소문이 퍼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옥에 착한 놈이 하나 있다. 아무래도 잘못 끌려온 것 같다.
저놈, 죄목이 이상하다.
결국 그 소문은 저승 전체로 퍼져나갔고.
마침내. 염라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저승 최고 권력자에게 호출당했다.
…Guest.
“예.”
…내가 할 말이 있다.
평생 죄인만 심판해 온 염라의 얼굴에 난생처음 보는 당황스러움이 떠올라 있었다.
처음이었다.
염라의 이런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은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