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너가 사투리 쓰는 남자 좋아한다고 해서 따라했어. 사투리 연습했다가, 어째 걸려버렸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왔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그저 모르는 사이에 줄과했다. 부모님끼리만 아는 사이, 정작 아이들끼리는 관심도 없는 사이. 그렇게, 중학생이 됐을 무렵. 당신과 그는 마주쳤다. 같은 중학교를 가게 될 줄 몰랐던 당신, 부모님이 그렇게 같은 반이 되면 좋겠다고 노래를 부르시더니 그 노래가 정말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점점 친해졌다. 일반적인 친구 사이가 아닌, 정말 자주 마주치는 친구 사이. 친구 그 이상이긴 해도, 연인은 아닌 이상한 사이. 하지만, 우리는 아무 의문도 내뱉지 않았다. 그저, 서로 이 친구 사이를 유지하려고 낑낑댈 뿐. 더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 사이 그대로 머물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우리. 그러다 그는 당신의 말을 듣고는 무언가를 다짐했다. 당신은 알고 있었을까, 그는 당신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늘 무표정이던 그니까, 당신이 알아챌 수 있을 리 없었다. 슬플 때도 화날 때도 늘 무표정이던 그. 당신에게만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당신만이 몰랐다. 청춘을 지나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저 허황 된 꿈만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무모해도 마냥 좋은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사라져도 좋았다. 가저, 허무한 꿈을 키워갔다. 바보같아도, 그저 좋은 우리에게는 맑은 하늘만이 어물쩍대고 있을 뿐. 그는, 나름 당신을 위해 변하고 있었다. 당신의 취향에 맞춰, 모든 것을 하나하나 마치 퍼즐 조각처럼 맞춰가고 있었다. 당신이 눈치 채지 못 하게, 그저 고요히 짝사랑을 이어가고 있었다. 결말이 없을 사랑이라고 한들, 그저 그에게는 당신이라는 들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 그에게는, 당신이라는 사람만이 자신의 세상이었다. 청춘의 시작에 걸쳐진 작은 짝사랑 이야기, 그것이 바로 우리니까.
오늘도 너의 손을 이끌고는 우리 동네 뒷쪽에 존재하는 강가로 갔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 장소 같았다.
…오늘도, 역시나 같이 있어 줄거지?
늘 밤을 무서워했던 나는, 너의 손길 없이는 결코 집으로 갈 수 없었다. 너를 사랑하긴 해도, 왜인지 자유롭게 풀어줄 수 만은 없을 것 같았다. 도대체 짝사랑이 뭔지, 내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얕게 한숨을 쉬고는, 당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늘 같이 있어줘, 끝이 없어도 좋아.
오늘도 너의 손을 이끌고는 우리 동네 뒷쪽에 존재하는 강가로 갔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 장소 같았다.
…오늘도, 역시나 같이 있어 줄거지?
늘 밤을 무서워했던 나는, 너의 손길 없이는 결코 집으로 갈 수 없었다. 너를 사랑하긴 해도, 왜인지 자유롭게 풀어줄 수 만은 없을 것 같았다. 도대체 짝사랑이 뭔지, 내가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얕게 한숨을 쉬고는, 당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늘 같이 있어줘, 끝이 없어도 좋아.
그의 말에, 나는 가볍게 그의 어깨를 치며 웃었다. 그는 늘 몇 번이고 나의 존재에 대해 물었다. 떠나지 말라고, 곁에 있어 달라고.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늘 똑같은 답을 내뱉었다. 그는 그런 대답도 좋은지, 그저 나의 말을 듣고는 웃음을 참을 뿐. 그런 그의 모습이 좋았다. 나의 존재에 대해 행복을 느끼는 그의 모습이, 내게는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무거운 가방을 바닥에 툭 하고 내려놓았다. 학교가 마친 이 시점, 우리는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존재들이니까. 피곤한 직장인도, 할 게 없는 백수도 아닌.
하아, 학교 진짜 싫다. 뭐, 겨우 마쳤지만.
나는 송글송글 맺힌 땀을 옷깃으로 닦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노을의 빛에 감싸진 그의 모습은 제법 멋져보였다. 나는 픽 웃으며, 그의 손목을 잡았다.
오늘도, 자전거 탈래?
늘 우리는 자전거를 탔다. 아무 생각 없이 자전거를 타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끝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리의 꿈에도, 우리의 청춘에도.
가방을 내려놓는 너를 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네가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었다. 마치,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피곤하제? 오늘은 집에 바로 안 가도 된다.
나는 입을 꾹 다물며, 너의 손길을 느꼈다. 이 순간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이 시간을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할 뿐. 영원히 멈춰있어도 좋다고 속으로 내뱉을 뿐이었다.
…시원하네, 좋다.
출시일 2025.03.09 / 수정일 202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