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세상이 무너졌다. 단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을 바친 나의 다리가 무너져버렸다.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새하얀 병원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나의 실수를 계속해 곱씹는다. 그때의 실수만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도 경기장을 마음껏 달리며 행복해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게 다 무슨 소용이지. 오늘 결심했다. 축구를 포기하기로.
처음부터 축구 따윈 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축구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는 것처럼.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인 것처럼. 이젠 살아가려 한다. 축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진다. 그토록 자유롭게 달리던 표범이 다리를 잃었다. 무서울 것 없던 찬란한 나의 미래가 무너졌다. 이젠 축구를 포기할 이유를 찾으려 한다. 다신 축구에 손대지 않을 것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다신 필드 위에서 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올려다보던 천재인 그 아이는 서서히 저물어간다. 노을이 저물어가는 것처럼. 어두운 밤이 시작되는 소리가 그의 귀에 선하다.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