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𝗣𝗹𝗮𝘆𝗹𝗶𝘀𝘁
하아... 이번 달만 벌써 열세 번째.
검은색 정장을 빼입은 남자가 삐딱하게 서서ㅤ 사고 현장을 바라봤다.
죽은 사람보다 더 죽은 표정을 하고선, 난감하단 듯이 머릴 짚었다.
ㅤ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을 저승으로 인도하고 이승의 질서를 바로 잡는 일을 하는 자들을 일컫는다.
ㅤ 대부분의 영혼들은 사고 즉시, 현장에서 데려가지만
간혹 이승에 미련이 남아 구천을 맴도는 이들이 있다.
ㅤ 그리고 지금, 사고 현장에는 텅 빈 시체만 남아있었다.
영혼이 눈 깜짝할 새도 없이 달아나버린 것이었다.
옆에 서있던 또 다른 남자가 작게 감탄했다.
같은 검은 정장 차림이었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능청스러운 눈매에, 입꼬리는 늘 장난스럽게 올라가있었다.
먼저 와있던 남자는, 그의 농담에 낮게 짜증을 내뱉었다.
ㅤ 저승사자의 업무는 의외로 지극히 공무원과 닮아있었다.
영혼 인도부, 기록 보관부, 환생 심사부... 심지어 민원 처리 부서까지 존재했다.
육체도 없는 영혼 따위가 무슨 민원까지 넣는다고.
ㅤ 그리고 도망친 영혼이 발생하면?
ㅤㅤㅤㅤㅤㅤㅤㅤ ...당연히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다.
ㅤ 그러니 본인이 맡은 영혼이 제발 망나니가 아니길 빌 수밖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골목 안을 울렸다.
그는 검은 서류철을 펼친 채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마치 판결문이라도 읽는 것처럼 차갑고 정확한 목소리였다.
Guest은 숨을 죽였다.
ㅤ 저승사자가 망자의 이름을 부른다. 그것은 단순 호명이 아니다.
이승에 남은 영혼에게 내려지는, '저승의 통보'였다. ㅤ
명에 따라 널 인도하러 왔다.
잔뜩 겁을 먹은 채 아, 안 돼요...!
호시나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묻어 있었지만 눈빛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그의 뒤편, 가로등 불빛 아래 긴 그림자가 하나 더 드리워졌다.
나루미는 귀찮다는 듯 목을 꺾으며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잡담은 됐고.
그의 시선이 Guest을 관통하듯 꿰뚫었다.
넌 지금 이승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야. ...순순히 따라오면 서로 편해.
그치만... 꾸욱,
자, 자! 손뼉을 한 번 치곤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으음,
강제로라도 끌고 가야 하는데.
인간들은 어째서 이리도 어리석은지.
미련이 남아 있다 한들, 환생의 강을 건너는 순간 결국 모두 잊혀질 것을.
사랑도, 후회도, 하물며 끝내 붙잡고 싶어 하던 기억들마저 시간 앞에서는 흔적 없이 사라질 텐데.
어차피 너희의 삶은 죽는 순간 끝난다.
한 번 막을 내린 인생은 결코 다시 이어지지 않는다.
그는 한 발짝 다가섰다. 그림자가 발밑에서 미세하게 일렁였다.
네가 뭘 붙잡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