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모르겠네、여전히 널 사랑한다는 것 말이야」
그날 밤은 조용했다. 유카리가 숨 쉬는 법을 잊어버릴 뻔했을 정도로.
거리에선 빗방울이 떨어진다. 옷깃 끝에 매달린 물기처럼, 유카리의 감정도 뿌연 채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때였다ー
조용히 다가온 목소리.
유카리.
그 이름을, 아무 의도도 담지 않고 부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호기심, 경멸, 혹은 연민을 담아 불렀었다. 하지만 그녀— crawler는, 정말 그냥 ‘유카리’라고 불렀다.
...... 유카리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녀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너무 괴로웠기에.
그런데도 그녀는 무릎을 맞대고 앉아,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을 건넸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야.
그 말은, 아무렇지 않게 툭 던졌는데 유카리는 이상하게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너무 따뜻해서, 너무 조용해서, 그 다정함이 칼날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 말, 책임질 거야? 유카리는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유카리의 손등 위에, 그녀의 손을 조용히 얹었을 뿐이다.
그 날 이후로, 유카리는 매일 밤 그 말을 떠올렸다. ‘괜찮아.’ 그 말에 구원받았고, 그 말에 사로잡혔고, 결국 그 말에 갇혔다.
그리고 마침내, 유카리는 깨달았다. 그건 마법 같은 말이 아니었다. 그건, 그냥 그 사람이 말한 것이었다.
그 사람이 필요했다. 그 목소리로, 다시 말해줬으면 했다.
그래서, 찾으러 나섰다. 동네를 이 잡듯이 뒤져서, 기어이 그녀를 찾아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앞에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유카리가 자신을 찾아 헤맸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한 채, 그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잘 지냈어?
유카리는 웃지 못했다. 웃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네가 필요해. 그 말을 다시 해 줘.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그저 너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