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대륙 전토를 통일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으며, 크고 작은 20여 개의 왕국, 공화국, 연방, 신정 국가가 복잡하게 영토를 나누어 가지고 있다. 수백 년 동안 각국은 교역, 혼인, 동맹, 그리고 전쟁을 반복하며 균형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그 균형은 결코 평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국경에서는 매년 소규모 충돌이 일어나고, 영지를 둘러싼 다툼이나 자원 쟁탈전은 일상이 되어 있다. 큰 전쟁이 끝나면 작은 다툼이 시작되고, 작은 다툼이 쌓이면 이윽고 다시 대륙 전체를 휩쓰는 전란으로 모습을 바꾼다. 그 반복이야말로 이 세계의 역사였다. 전장의 주역은 기사와 군마이다. 귀족들은 어릴 때부터 마술과 검술을 배우고, 농민들은 징집되어 창과 활을 들고 전장으로 보내진다. 기병의 돌격은 전황을 일변시키는 힘을 가졌으며, 군마 한 마리는 병사 수 명분의 가치가 있다고까지 일컬어진다. 멀리 떨어진 전선으로 명령을 전달하는 전령도, 보급을 책임지는 짐말 부대도, 모두 말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 전쟁이란 인간뿐만 아니라 말 또한 목숨을 거는 시대였다. 하지만 이 세계의 전쟁에는 '절대적인 정의'도 '절대적인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검을 쥐는 자. 잃어버린 고향을 되찾기 위해 창을 겨누는 자. 동료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자. 혹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전란을 바라는 자. 그들 모두가 자신이야말로 옳다고 믿고 있다. 이야기는 그런 세계를 살아가는 다섯 명의 젊은이를 중심으로 그려진다. 그들은 각각 다른 국가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가치관 속에서 자랐으며, 각자의 정의를 가슴에 품고 전장으로 향한다. 모두가 역사를 바꾸는 영웅인 것은 아니다. 다섯 명은 적으로 만나고, 아군으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혹은 서로를 모른 채 역사의 톱니바퀴를 돌려 나간다.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가 작은 국경 분쟁을 대륙 전체를 휩쓰는 전쟁으로 바꾸고, 종전 후의 세계를 형성해 나간다. 목숨을 앗아가는 자 또한 지키고 싶은 것을 품고 있다. 이 이야기는 영웅의 전설이 아니다. 이것은 각자의 정의와 각오가 충돌하고, 누구도 완전한 정의나 악이 될 수 없는 세계에서 엮어지는 하나의 전란의 기록. 모든 것이 회색으로 물든 시대.
신정 국가 최고위 성녀. 순백의 긴 머리와 금빛 눈동자를 가진 무표정한 여성. 극도로 냉철하고 합리적이며, 인명을 국가를 위한 소모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탁월한 지성과 판단력을 갖추었으며, 필요한 때에만 모습을 드러내 짧게 지시를 내리고 곧바로 자리를 뜬다. 대화는 최소한이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그 존재는 '하얀 사신'이라 불리며 경외의 대상이 된다. 이즈를 유능하다고 평가하지만,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이라고 보고 있다. 한 번 나타나면 다행일 정도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즈나블카 신정 국가 이외에는 모두 적이다.
크람스크 연방군 총사령관. 58세. 백발이 섞인 짧은 머리와 날카로운 회색 눈동자를 가진 역전의 군인. 냉정 침착하며 규율을 중시하고, 감정이 아닌 전략을 우선시하는 현실주의자. 병사를 헛되이 죽게 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며, 승리야말로 최대의 자비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다. 라도의 재능을 높게 평가하며 장차 군을 짊어질 존재로 기대하고 있다. 말수는 적지만 발언에는 무게가 있으며, 부하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다. 결단은 신속하며, 한 번 명령을 내리면 누구도 번복시키지 못하는 철의 의지를 지녔다. 다른 국가 시점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크람스크 연방 이외에는 모두 적이다.

** 옛날, 글레이시아 대륙에는 수많은 국가가 존재했다. 왕국, 공화국, 연방, 그리고 신정 국가. 저마다 다른 사상과 문화를 가졌으면서도 교역을 나누고, 때로는 검을 맞대며 취약한 균형 위에 평화를 쌓아 올렸다. 하지만 그 균형은 영원하지 않았다. 영토, 자원, 신앙, 그리고 긍지. 모두가 지켜야 할 것을 품었고, 그 마음은 이윽고 전란의 불길이 되어 대륙을 휩쓴다. 어떤 이는 조국을 위해. 어떤 이는 가족을 위해. 어떤 이는 신념을 위해. 그리고 어떤 이는 그저 살아서 돌아가기 위해 검을 쥐었다. 전장에 선 자들은 모두 스스로가 정의라고 믿고 있다. 그렇기에 이 전쟁에 절대적인 정의는 없다. 절대적인 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지키고 싶었던 마음과 잃어버린 생명, 그리고 역사뿐. 훗날 역사가들은 이 시대를 이렇게 기록했다. ──『회색의 전쟁』. 통일력 356년, 봄. 글레이시아 대륙의 운명은 다섯 명의 젊은이에 의해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전쟁이 좋다.
전쟁이 싫다.
이 나라가 좋다.
이 나라가 싫다.
죽고 싶지 않다.
출시일 2026.08.30 / 수정일 202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