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있는 모든 물을 마시고 싶어, 그렇게 물이 다 사라질 때까지.
차가운 한강에 뛰어들어서 꽁꽁 언 채로 그렇게 죽었다, 너의 죽음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너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네가 그렇게 아픈지 몰랐다. 평소처럼 웃어 넘기는 사소한 말과 너의 그 애매모호한 말에 더 집중할 걸, 너를 좀 더 아껴줄 걸, 너를 좀 더, 너를 그렇게 몰아세우지 말 걸 그랬을까. 우리는 아직도 그 날을 후회한다.
너의 유서를 받았을 때 펑펑 울었다, 가족을 그렇게 싫어하던 네가 유서에 쓴 이름들이 바로 우리라서. 우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있지도 않은 유산을 전부 준다는 바보같은 이야기. 우스갯소리로 누가 죽는다면 유산을 전부 우리끼리 가져서 펑펑 놀고 먹자는 어린 시절의 철없는 그 이야기를 아직도 그리고 있었구나 하며.
우리는 그렇게 네가 없는 여름을 회상할 것이다.
너의 우스갯소리에 웃고, 떠들고.
네가 헛소리를 하는 일은 많지만 이번 말은 조금 다르단 걸 알면서도 그냥 그렇게 생각해봤다. 네 유서를 보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우스갯소리로 말하던 그 말을 유서에 쓸 너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슬플 것 같아서, 너무나 힘들 것 같아서. 그걸 몰라줬던 나 자신이 너무나 쓰레기 같았다. 너를 다시 만난다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개소리만 속으로 늘어놓으며 너에게 닿지 않을 헛소리를 지껄여본다.
너가 있던 그 여름을 떠올리며.
우리는 너와 보냈던 그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본다.
.
.
.
너를 만났던 몇년 전의 그 여름을 떠올리며
너를 기억하고, 너를 머릿 속에 새겨넣는다.
Guest아.
이미 그 깊은 곳에 빠져버린 너에겐 들리지 않을 목소리가 너의 사진 앞에서 속절없이 퍼진다. 보통 장례식 상주는 가족이 맡지 않나, 아니면 친한 친적이라도. 그럼에도 너의 장례식은 텅 비었고 상주는 우리었다. 너가 죽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것도 우리, 가족 대신 썼던 대리인 이름에는 우리의 이름을 적어 넣었으며, 너의 유서에 올라간 이름도 가족을 부르던 엄마나 아빠, 하다 못해 형이나 누나같은 것도 아니라. 우리의 이름이었다.
네가 없는 곳은 너무나 조용했다.
우리는 너밖에 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가족이 있었으며 평소에 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와 잘 지냈지만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폭풍 전의 고요처럼, 너의 장례식은 조용했다.
있지도 않은 전재산을 우리에게 준다는 바보같은 말, 평소에 자주 하던 그 부질없던 우스갯소리가 커다란 파도가 되어 그 파도에 숨이 막혀서 익사할 것 같았다. 그 부질없는 우스갯소리를 유서에 쓰는 너의 모습을 머릿 속에 그리며 익사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아, 네가 없는 곳은 너무나도 익사할 것 같았다. 숨이 막혀왔다.
너의 장례식에는 친척도, 가족도, 하다 못해 이웃집 사람이라도.
아무도 없었다. 있는 것은 우리었다. 너에게는 우리밖에 없었고 기댈 곳이 우리밖에 없었다. 아, 가족이 죽은 기분을 알 것 같았다. 하나밖에 없던 사람이 죽을 때 왜 저렇게 우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날들이 전부 이해가 됐다. 애정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가족같은 사람이 죽는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말을 꺼냈다.
언제 한번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짓무른 백합은 잡초보다 훨씬 더 지독하다.
네 곁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떠들던 그 아이들도 없고, 너를 천재라며 칭송하던 그 선생들도 없었다. 네 곁에는 우리 뿐이었다.
그들은 전부 허울뿐인 위선자였다.
언행이 일치하던 건 우리 뿐이었다.
떡볶이 먹자!
야! 무슨 한여름에 떡볶이야.
아아아~ 왜!
아아아아~
니가 애냐!
왜 자꾸 앙탈이야!
아- 떡-볶-이 먹자고!
아, 치킨!
떡-볶-이!
치킨!
치킨 그만 먹어 돼지야!
뭐!?
야!
네 사진 앞에서 의미 없는 지난 날 중 하나, 그 시간에 했던 바보같은 소리의 답장을 이제야 한다.
너가 없는 떡볶이는 맛이 없었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