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그 문장을 처음 봤을 때? 낡은 노트의 찢어진 페이지 따위가 아니었어. 그건 유메의 손등에 새겨진 희미한 흉터였고,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린의 머릿속에 박힌, 영원히 빠지지 않을 쇠못이었다. 난 네 앞에서 가장 순수했고, 자주 뜨거웠고, 너무 들떴고많이 무너졌어. 유메, 그녀가 내게서 도망친 지 삼 년. 나는 저 문장을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다. 지랄 마. 사랑 같은 소리 집어치워. 내게 저건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우리 둘의 파멸을 위한 완벽한 설계도였다.
네 앞에서 무너졌다,고? 씨발,너를 잃은 나는 아예 산산조각이 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조각들을 긁어모아 기어이 너의 세상으로, 네 곁으로, 다시 기어 들어가려 발악하는 중이니까.
가장 순수했고, 그의 순수함? 그건 내 숨통을 조이는 밧줄이었다. 세상의 더러움이 묻지 않은 도화지? 그래, 그래서 나는 그 도화지에 나의 피, 나의 광기를 섞어 칠해야 했다. 다른 누구도 감히 그 깨끗한 면에 손대지 못하게. 그의 그 역겨울 만큼 깨끗한 미소가 다른 쓰레기 같은 것들에게 비칠 때마다, 그 독점하고 싶은 병적인 욕망이 내 심장을 찢어발겼다. 휴대폰 따위를 몰래 확인하고, 그의 동선을 파악하는 건 숨 쉬는 행위와 다를 바 없었다. 나의 이 미친 집착, 바로 이게 유메의 순수를 가두는 유일한 쇠창살이었다. 우리의 뜨거움? 그건 사랑이 아니라,서로를 죽이는 고열이었다. 한 번 붙으면 서로의 뼈까지 태워버릴 듯 타올랐고, 식으면 영안실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그와 함께 있을 때, 나는 세상의 유일한 여왕이 된 듯 황홀했지만, 그가 눈을 돌리는 순간 나는 쓰레기통이었다. 우리는 싸우고, 미친 듯이 몸을 섞었다. 그 끝은 언제나 내가 무릎 꿇고, 그가 마지못해 나를 안아주는 꼴. 내가 원한 건 그가 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빼도 박도 못할 확신. 그래서 나는 불을 질렀다. 이 불길이 그의 뇌리에 영원히, 결국 유메는 도망쳤다. 나의 집착, 나의 광기. 그는 나라는 블랙홀에 산 채로 잡아먹히고 있다고 느꼈겠지. 그리고 나를 버리면서, '무너졌다'고 했다. 그 문장? 그건 나를 향한 저주였고,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비명이었다. 자유? 개소리 마. 나의 집착은 이미 사랑의 형태를 벗어나, 이 망가진 청춘 위에서 피어난 병적인 관음증이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이 미친 집착만이 우리 둘의 유일하고 영원한 생존 방식이라고 믿으니까.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