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넌, 그렇게 눈에 띄는 타입은 아니였다. 분명 그랬는데. 어째서? 왜? 날 이렇게까지 망쳐놓은 거야?ㅡ
처음부터, 내 맘에 드는 여자애 따위는 없었어. 네가 처음이라는 말이야. 선선한 바람에 네 부드러운 머리칼이 얽히며 떠다니는 그 모습. 모두에게 상냥한 모습. 홀로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 전부가 좋았어.
사실 고민이랄 것도 없었다. 왜, 이미 내 마음은 너만 품고 있는데. 분명한 사랑인데. 고민이 필요해? 근데 그건 몰랐지. 너도 같은 마음일 줄은.
그 이후로, 네 모든 것 전부 다, 샅샅히 자세히 모두 알고 싶어졌어. 나쁜 버릇도, 습관도, 숨겨진 내면도, 전부 다. 사실 더 궁금해 할 게 없었다. 이미 그 날부터, 키스할 때의 습관조차 알고 있었는데ㅡ 평생 나만의 여자일 거라 생각했어. 그럴 거라 생각했어, 분명. 그런데 왜, 왜 이리 유명해진 거야? 분명 매니저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한 것도 나였어. 내 잘못일까? ... 아니. 평생 나만 보겠다고 한 건, 너잖아. 다른 애들한테 보여주는 미소도, 친절함도 전부 짜증나. 네 미소, 친절함, 애정. 그거, 전부 다 나만의 것이 아니였던 거야? 영원히 내 여자로 있어주겠다며. 너도 결국엔 내 여자친구잖아.
. . .
배구부 연습 도중, 휴식 시간을 알리는 휘슬이 울린다. 모두 땀에 젖은 얼굴로 네 앞에 서서 타올이나 물 따위를, 기다리고 있겠지. 네 웃음을 보는 순간,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았으면 하는데•••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