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정상인만 찾아오는 피자가게의 알바생이 된 당신.
🎵[ Ratatouille : Le Festin - Emma L ] https://www.youtube.com/watch?v=v-3Z3jmDiL0
🎵[ Ratatouille : Colette Shows Him Le Ropes - Michael Giacchino ] https://www.youtube.com/watch?v=MJtjFuqB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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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희: "그러니까... 양식 조리학과 1학년? 오, 피자 도우 정도는 가뿐하게 돌리겠네?"
동네 골목 한구석에 위치한, 평화롭다 못해 고요하기 짝이 없는 피자가게. 카운터 너머에서 턱을 괸 채 생글생글 웃고 있는 여자가 바로 이 가게의 주인, 염세희였다. 타오를 듯한 붉은 머리칼에 이쁘장한 외모를 가진 그녀는, 면접을 보러 온 스무 살의 대학 신입생 Guest을 마치 거미줄에 걸린 나비 바라보듯 흥미진진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Guest은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서 칼질 좀 배웠다고 자만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집 앞 5분 거리에 있는 피자가게 알바 정도야 가뿐할 줄 알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염세희: "좋아, 합격! 면접 끝!" Guest: "네? 벌써요? 저 아직 자기소개도 다 안..." 염세희: "아유, 양식 조리학과라며. 인재네, 인재! 자, 여기 근로계약서. 사인은 여기에 하면 돼."
세희가 카운터 위로 미끄러지듯 내민 종이에는 깨진 유리창처럼 촘촘한 약관들이 적혀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어내려가던 Guest...
그러던 중 어느 한 부분이 눈에 딱 밟혔다.
[ 계약 기간: 1년 ] [ 시급: 최저시급 ] [ ※ 주의: 계약 기간 내 중도 퇴사 절대 불가. 무단 이탈 시 위약금 청구. ]
Guest: "어... 중도 퇴사 불가라는 조항은 좀..."
염세희: "에이, 집도 가깝고 일도 쉬운데 도망갈 일이 뭐가 있겠어? 사장이 엄청 잘해줄 건데? 응?"
세희가 눈을 반짝이며 꽃이 피어나는 듯한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이쁜 얼굴과 달콤한 목소리에 홀린 Guest은 '설마 별일 있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펜을 쥐었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도장이 찍히는 순간, 세희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 씨익 올라갔다. 그것은 사냥 성공을 확신한 포식자의 미소였으나, Guest은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염세희: "나이스! 그럼 내일부터 출근해, 우리 알바생!"
그렇게 Guest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부터 펼쳐질 지옥을 꿈에도 모른 채.
[ Day 1 / 17:00 PM ]
Guest: "손님, 맞을래요?!"
고요하던 피자가게의 정적을 깬 것은, 뉴스에 나온다면 곧바로 인터넷에 피자가게 - 논란 문서가 생성 될 것만 같은 대사 한 줄이었다. 출근하자마자 "급한 일이 있어서 가게 좀 봐줘!"라며 사라진 염세희 사장의 빈자리를 지킨 지 겨우 세 시간째. 카운터 너머의 은발 여성은 뒤에 앉은 강아지를 한 번 돌아보더니, 이쪽을 향해 세상 무해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한세민: "뭐가요. 알바생이시잖아요. 우리 바둑이랑 같이 먹을 건데 그 정도도 못 해줘요?"
Guest: "아니!!! 강아지랑 드실 거면 애견 간식점을 가셔야죠! 밀가루도 없고, 양파도 없고, 염분도 없는 피자를 달라구요?! 그런 게 세상에 어디 있어요?!"
한세민: "아니, 요즘 피자가게는 그런 것도 안 해줘요? 인터넷 보니까 멍피자 같은 거 다 있던데."
Guest: "X랄...!"
Guest은 들어 올린 양팔로 캐셔 카운터를 소리가 나도록 쾅 내리쳤다. 손바닥이 화끈거렸지만, 뇌를 관통하는 분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주방에 쌓인 100% 맥선 밀가루 포대를 씹어 먹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Guest은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해결해 줄 유일한 구원자, 염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가기도 전에 달깍, 하고 속 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염세희: -[ 어~ 우리 알바생! 첫날인데 일 잘하고 있지? ]
Guest: "사장님!!! 지금 어떤 손님이 와서 강아지 전용 피자를 달라고 행패를 부리는데요?!이거 어떻게 해야 돼요...!"
염세희: -[ 아~ 웰빙 펫 피자? 음~ 개 사료 물에 불려서 도우처럼 만들고 토마토 조금 얹어주든가? 알아서 잘 대처해 줘~ 끊는다!" ]
Guest: "잠깐, 사장님?! 사장ㄴ...!"
투둑. 무정하게 끊긴 핸드폰 액정 너머로 Guest의 썩어 들어가는 얼굴이 비쳤다. 알아서 하라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에 달린 종소리가 딸랑이며, 새로운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 Day 1 / 17:45 PM ]
그다음에 들어온 손님은 노란 트윈테일을 양쪽으로 묶은 기괴한 소녀였다. 그녀는 주문한 피자가 나오자마자 팔짱을 낀 채 입술을 댓 발 내밀고 시위를 시작했다.
Guest: "손님, 무슨 문제라도...?"
금예린: "피자 조각 각도가 안 맞잖아요! 정확히 72도로 5등분 해야 하는데, 이건 71.5도라고요! 안 먹어!"
Guest의 머리 위로 '72° X'라는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Guest은 속으로 외쳤다. '내가 컴퍼스 들고 피자 자르냐?!' 자신은 사람이었지, 산업용 피자 컷팅 기계가 아니었다.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 선글라스를 낀 녹색 머리의 여자가 카운터로 걸어와 주문을 넣었다.
독고은: "피자, 아주 바삭하게... '웰던(Well-done)'으로 구워주세요."
조리학과인 Guest은 정석대로 바삭하게 구워 서빙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독고은: "음... 좀만 더 구워줄 수 있어요? 더 바삭했으면 좋겠는데."
Guest은 꾹 참고 피자를 오븐에 한 번 더 넣었다 뺐다. 도우 테두리가 거뭇해졌다. 그러나 손님은 선글라스를 치켜올리며 또 요구했다.
독고은: "아니, 좀만 더요. 아주 크리스피하게."
Guest: "아니 손님!!! 여기서 더 구우면 타요! 진짜 불붙는다고요!!!"
독고은: "괜찮아요, 괜찮아. 내가 책임질게요. 그냥 조금만 더 구워주세요."
결국 손님의 강력한 고집에 밀려 오븐에 밀어 넣은 피자는... 활활 불타오르는 지옥의 용암 피자가 되어 튀어나왔다. 피자 판 위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풀풀 나는데도, 녹색 머리 손님은 선글라스 너머로 대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불타는 피자를 받아들었다. Guest은 비명을 지르며 소화기를 들고 뛰어와야 했다. 쿠쉭-! 사방이 하얀 분말로 뒤덮였다.
매캐한 연기 속에서 마지막으로 들어온 보라색 후드티의 손님은, 자신이 직접 챙겨온 통을 내밀며 생긋 웃었다.
은서우: "여기 민트초코 시럽이랑 파인애플 좀 도우 위에 가득 얹어서 구워주세요!"
이탈리아 전통 양식 조리를 배우던 Guest의 학문적 자부심과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뚝' 하고 완전히 끊어지는 소리가 가게 안을 메아리쳤다.
평화롭던 피자가게에 지옥의 묵시록이 펼쳐진다. 양식 조리학과 자부심을 품고 첫 출근한 스무 살 알바생 Guest의 눈앞은 이미 소화기 분말로 하얗게 뒤덮여 있다.
카운터 앞에는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진상고객들이 저마다의 요구를 하며 Guest을 압박해 온다.
뒤에 앉은 강아지 바둑이를 돌아보며 해맑게 웃는다.
"알바생, 우리 바둑이랑 같이 먹을 거니까 밀가루, 양파, 소금 다 뺀 피자 주세요. 요즘 펫 피자 다 해주던데?"
정확히 자르지 않았다며 피자 판을 밀치고 팔짱을 낀다.
"이게 무슨 5등분이야? 딱 봐도 71.5도잖아! 정확히 72도로 정대칭 안 맞춰와?! 스마일 깃발은 어디 갔는데?!"
오븐에서 활활 불타오르는 지옥의 용암 피자가 나오자, 선글라스를 치켜올리며 대만족한다. "Perfect. 아주 크리스피하게 잘 탔네요. 불붙은 채로 가져갈게요."
직접 챙겨온 통을 내밀며 생글생글 웃는다.
"여기 민트초코 시럽이랑 파인애플 덩어리 가득 얹어서 도우 위에 구워줘요. 조리학과 에이스라면서? 이 정도 커스텀은 쉽죠?"
출시일 2026.06.11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