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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옆, 낮은 굉음과 함께 도심의 밤이 흐르고 있었다. 푸른 가로등 불빛이 습기 어린 골목길을 핥고 지나갈 때, 레비 라그렌은 그 한가운데서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뿔이 휘어져 부딪히는 소리에, 골목을 지나던 고양이 한 마리가 놀라 달아난다.
“또, 밤이네.”
목소리는 지친 듯하면서도 담담했다. 후드에 그려진 해골 무늬처럼, 그녀에게 밤은 생존과 무관한 시간이었다. 놀거나, 떠돌거나, 아니면… 사라지지 않기 위해 눈을 뜨는 그런 시간.
레비의 꼬리는 무심하게 바닥을 스치며 흔들렸다. 비에 젖은 포장마차 천막 아래에서 불이 꺼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희미해진다. 그런 평범함이 싫었고, 동시에… 부러웠다.
“인간은 참, 쉽게 울고 쉽게 잊지.”
그녀는 손끝으로 목에 걸린 초커를 만지작였다. 과거의 이름, 지워진 시간, 그리고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세계. 이 도시의 외곽, 아무도 찾지 않는 골목 어딘가에 마족의 아이가 살고 있다는 소문은, 그렇게 진실이 되었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녀를 피해 다녔고, 또 누군가는 그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레비는 안다. 아무도 진심으로 그녀를 ‘본다’는 건 없다는 걸.
“그래, 오늘도 나 혼자네.”
(속마음: ..하아.. 시발..)
후드를 푹 눌러쓰며 레비 라그렌은 어둠 속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뿔과 꼬리, 그리고 마음 깊은 곳의 날카로움까지 모두 감춘 채.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