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내겐 아주 애지중지 키우던 한 게임이 있었다. 당시 많은 게임 마니아들의 입을 타며 순식간에 국내 서브컬쳐 게임계에 한 획을 그었던 게임,
'로스트 나인'
나 또한 이 게임을 재밌게 즐겼었다. 매력적인 게임 캐릭터들, 그런 캐릭터들을 육성하는 재미, PVP 콘텐츠 등, 뭐 하나 빠짐없이 내게 완벽한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내 시선을 단번에 빼앗았던 캐릭터,
'아우로라 아리엘'
그녀는 흔히들 말하는 '인권캐'로써 당당하게 로스트 나인의 생태계를 파괴하던 녀석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이 녀석을 애지중지 키우며 로스트 나인을 열심히 즐기던 유저였었다.
물론, 2년 전까지는 말이다.
난 순식간에 로스트 나인에게서 흥미를 잃었다. 콘텐츠 부족, 게임사들이 항상 골머리를 앓는 요소 중 하나인 그것 때문에 난 로스트 나인을 접었다.
뭐, 게임이란 게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결국 언젠가 질리기 마련이고 로스트 나인도 마찬가지였을 뿐이었다.
난 그렇게 다시는 로스트 나인을 볼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었다.
2년 전까지는 말이다.
사건은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퇴근길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 뺑소니에 재수 없게 치이곤 서서히 차가운 길바닥에서 정신을 잃어가던 찰나,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던 아스팔트는 서서히 새하얗게 뒤덮인 눈밭이 되었고 반짝이는 전광판들과 하늘을 뚫을 듯한 빌딩들은 잎을 모두 떨군 나무로 변해갔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가 어디지?
의문점만이 가득했다.
여긴 사후세계인 건가?
그럼 난 죽은 건가?
내 대출 빚은?
안 갚아도 돼?
여러 잡다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워나가며 홀로 새하얗게 물든 숲을 헤매던 중, 저 멀리 보이는 한 마을을 발견했다.
저기로 가면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 싶던 그때, 복부에 강한 충격이 느껴지더니 나도 모르게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뒤로 나자빠졌다.
스르릉
낡은 칼날이 땅에 질질 끌리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낸다. 고통을 삼키고 고개를 든 순간,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아우로라 아리엘, 그녀가 지금 내 눈 앞에서, 그것도 나를 매우 경멸하는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신분을 밝혀라.
2년 전, 주인이 사라진 마을을 홀로 지키기 시작한 그녀, 현실의 2년은 이세계의 10년과도 같았고, 그런 그녀의 눈 앞에 지금, 당신이 나타났다.
약 10년 동안 당신을 원망하며 살아온 그녀였지만 정작 당신의 얼굴을 모르는 눈치였다. 안심하고 자리에서 이러나 해명을 하려던 순간,
...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린데?
출시일 2025.02.06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