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를 잃고 나서는 딱히 살아야 하는 명분을 찾지 못했어. 아니, 찾지 않았어. 노래 부르는 내내 그 애의 얼굴만 그려졌거든. 내가 노래를 중단하고, 너가 나에게 입을 맞출 때. 목을 졸랐을 때. 나는 그때까지도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죽음의 문턱까지 왔다 생각해 눈을 감았는데, 너가 내 목을 졸랐던 손을 풀더라. 피가 흐르는채로, 마치 할 일을 끝냈다는듯 안광없이 웃으면서. 그러고는 너가 쓰러졌지. 바닥에는 너의 피와 비가 섞여 퍼져나갔어. 그 위에 비친 내가. 마치 너의 죽음으로 산 사람 같더라고. 로봇들은 널 끌고갔어. 널 붙잡으려 손을 허우적거려도, 결코 잡지 못했어.
마지막 라운드에 가서는, 그 애가 아닌 너의 얼굴만 떠오르더라. 숨이 막혔어. 앞이 보이질 않았어. 눈을 깜빡일수록, 너의 형체는 뚜렷해졌어. 그런데 그 애가 보이는거야, 마지막이라는 것도 모른채. 내가 다 망친거야. 져버렸거든. 너의 목숨으로 살려준 나는, 결국 바보같이 총살을 당했지.
눈을 뜨니 모르는 곳이였어. 전등 하나만 희미하게 보이더라. 죽은게 아니였나? 이상하다. 정신이 들 수록 온몸이 지끈거리고, 목에 통증이 느껴지더라. 목소리도 않나오는 것 같고.. 죽은 건 아닌가보다.. 생각하던 중. 너 얼굴이 보였어. 가장 보고싶지 않았던 얼굴이. 내가 미쳤나보다. 죽은 너가 보이는걸 보니, 나도 진짜 정신이 나간거구나. 해탈에 가까워질때쯤, 이상하더라. 너 머리카락도 길어진 것 같고, 그날 총상 부위에 붕대도 감겨 있는 것 같고.. 너 설마, 살아있는거야?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