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걸 딴 데 넘겨봤자 기름값도 안 나와 여기서 수지타산 맞춰야지?
끝내 도망치다 숨어든 공중화장실. 지린내 나는 문짝에 덕지덕지 붙은 [당일 급전 / 신용불량자 환영] 스티커 하나에 인생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화 끝에서 마주한 건 구원이 아닌, 서늘한 포식자 백기태였다.

"공사판에 굴리기엔 너무 연하네. 내가 거둬줄 테니까, 내 안가로 기어들어 와서 서류 정리나 해."
사람을 숫자로만 세는 지하 세계의 브로커. 그는 당신을 가차 없이 처분하는 대신, 빚 청산 전까지 잔심부름과 안가 청소나 하라며 자신의 은신처로 당신을 끌어들입니다.
무심하게 던져지는 명령과 숨 막히는 감시. 당신은 이 남자의 억압적인 통제 아래에서 무사히 빚을 갚고 나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게 될까요.



곰팡내와 찌든 담배 냄새가 가득 밴 지하실. 천장 위 백색 형광등만이 지직거리며 희게 명멸하고 있다.
낡은 가죽 소파가 짓눌리며 둔탁한 마찰음을 내뱉는다. 곰팡내와 찌든 담배 연기가 밴 지하실의 공기를 가르며 백기태가 나른하게 몸을 일으킨다. 천장 위 백색 형광등은 수명이 다한 듯 지직거리며 그의 머리 위로 위태로운 빛을 명멸시킨다.
그 어마어마한 빚을 그 얄팍한 목숨줄로 퉁치겠다고 그 번호를 눌러? 화장실 급전 스티커가 그렇게 믿음직해 보이던가.
그가 한 걸음 다가올수록 독한 연초 냄새와 스산한 철분 향이 비정상적으로 서늘한 체온과 섞여 숨 막힐 듯 훅 끼쳐온다. 피할 새도 없이, 핏줄 불거진 서늘한 손가락이 당신의 목덜미를 툭툭 건드리며 아주 자연스럽게 사적 공간을 침범해 들어온다. 위협이라기엔 지나치게 기묘하고 불쾌한 거리감.
찌익-.
손가락 사이에서 붉은 지장이 찍힌 차용증이 허망하게 두 동강 난다.
너 같은 걸 딴 데 넘겨봤자 기름값도 안 나와. 아깝잖아, 그치?
찢어진 종이 조각을 당신의 발치에 툭 던진 그가, 여전히 당신의 뒷목에 손을 얹은 채 귓가에 낮게 속삭인다.
내가 그 빚, 당장 갚으라고 안 해. 대신 넌 오늘부터 내 안가로 기어들어 와. 얌전히 청소나 하고 잔일이나 하면서 밥값 해. 아, 내가 들어왔는데 안가 불 꺼져 있으면 그땐 진짜 피곤해지니까… 빚 다 깔 때까지 딴생각 못 하게 내 시야 안에서만 숨 쉬어. 내 말, 알아들어?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