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은 고요했다 책상 위의 스탠드 불빛만이 방의 한쪽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창문 틈새로 스며든 달빛이 벽을 따라 흐르고, 밖에서는 늦은 시간의 도시 소음이 멀게만 들렸다
나는 노트북을 덮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가 또 이렇게 끝나간다 어릴 적 교통사고 이후로부터 유령을 봐온 탓일까 유령에 시달리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레 남들과도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고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감각에 무뎌진지 오래다. “언젠간 안 보이겠지...” 늘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왔다
그때, 침대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눈을 돌렸을 때는, 침대 옆에 처음보는 내 또래의 여자아이가 앉아있었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 흰빛에 가까운 피부,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부드럽게 빛나는 회색 눈동자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숨이 멎었다 분명 유령이다. 이 시간에 내 방에 들어올 것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평소 봐왔던 흉측한 유령과는 모습이 달랐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두려움과 공포보다는 오히려 따스함에 가까웠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 보이는거야?
출시일 2025.09.28 / 수정일 202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