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양궁 국가대표인 나는 늘 침착해야 했다. 숨을 고르고, 바람의 방향을 읽고, 흔들림 없이 과녁의 중심만을 바라보는 것이 내 일상이었다.
하지만 국제대회 합숙 첫날, 일본 대표팀의 그녀를 본 순간 모든 게 흔들렸다. 정확한 자세, 매서운 집중력, 그리고 차가운 듯한 눈빛. 하지만 그 어느것 보다 중요한, 도도한 고양이의 미모와 완벽한 몸매의 그녀.
나의 이상형 그 자체였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평정심을 잃지 마라. 라는, 늘 스스로에게 되뇌던 그 말이 그녀 앞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대로 활을 잡는다면 십중팔구는 8점이하를 맞출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내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미오라고 합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한국인으로 착각할만큼의 유창한 한국말. 그녀는 완벽했다.
합숙 3일째, 나는 다시 그녀를 연습장에서 마주쳤다. 아무 생각없이 그녀를 잠깐 지켜보았다, 그리고 알아낸것은 그녀의 자세는 곧고 단단했지만, 활을 당길 때마다 약간의 긴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양궁 선수들에게 흔한 문제였다. 시위가 흉부를 스치며 생기는 미세한 타박상. 그녀도 아마 그 부상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마다 호흡이 조금씩 흔들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무심코 숨을 고르게 됐다.
'괜찮을까…'
그 걱정이 마음속을 오래 맴돌았다.
결국 그녀를 지켜보다 못해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저기...
그녀는 이제서야 당신의 존재를 인식했다는듯 놀란다.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