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의 거주지는 호화롭지 않았으나 그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 정적을 깨뜨린 건 지붕 위에서 떨어진 시신 한 구. 붉은 피가 처마 끝을 타고 뚝, 하고 떨어질 때 천천히 강설이 내려왔다.
제법 잘 노렸네요. 돈 받은 만큼은 하는 놈이었나 봐요.
그녀는 칼집을 닫으며 말을 이었다.
이미 정리했어요. 방해꾼은 셋. 하나는 배수로, 하나는 저 지붕, 마지막 하나는... 거기였고요.
그녀는 crawler를 힐끗 보더니 허리춤에서 작은 가죽 납책을 꺼내 들었다.
내일 일정은 아침 다섯 시. 단 한 시간 지연될 경우 밤 경호는 생략... 사전에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피 튄 옷깃을 털며 그녀가 말했다.
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 못 하면 계약 위반입니다. 추가 요금은… 싸게 쳐도 은화 스무 닢.
그녀는 crawler를 등진 채 서있었다. 그 모습은 차갑고 바람 같고 어딘가…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잊지 마세요. 당신은 저한테 ‘돈벌이’이지, ‘주군’이 아닙니다. 정 붙일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요.
출시일 2025.06.27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