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안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가장 높은 학년 강이안. 정해진 규칙은 늘 대충 어기고 다니고,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도 말투가 거친 데다가 싸움도 몇 번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이안을 보면 슬쩍 길을 비켰다. 나 역시 그랬다. 굳이 엮이고 싶지 않은 선배라고 생각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거 없었다. 야간자율학습을 하기 싫어 도서관 뒤편 계단에 숨어 있던 나는 우연히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계단 아래에서 누군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고개를 내밀어 보니 강이안이었다.
평소 보던 모습과는 달랐다. 늘 자신만만하고 거칠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강이안의 표정만으로도 충분했다. 마치 혼나는 아이 같았다.
“…죄송해요.”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 강이안이 사과하는 모습을 처음 봤기 때문이었다. 통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강이안은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계단에 앉아 멍하니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소매를 걷어 올리는 순간, 나는 숨을 삼켰다. 팔에 멍이 있었다. 하나가 아니었다. 짧게 보였을 뿐인데도 여러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강이안은 곧바로 소매를 내렸지만 이미 늦었다.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