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사랑
음표를 그리고, 손가락 운지법을 정리해 둔 노트를 괜히 도서실 책 위에 올려두고 꺼내봤다.
그녀는 바로 옆 책상에서 책을 보고 있었 다. 볼 생각 없으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척. 나는 괜히 허리를 쭉 펴고 노트를 들여다봤다.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그녀가 봐줄까 봐. 아무 말도 못 하고 앉아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 멍청하고, 한심하고, 그래도 간절했다.
‘봐라. 이게 나야. 내가 얼마나 바뀌었는 지 좀 봐줘.' 속으로 그렇게 외치면서, 겉으론 시크한 척 입 다물었다.
.. 큼큼, 괜히 헛기침을 하며 열심히 노트를 보는 척한다. 사실 내 신경은 온통 그녀가 있 는 오른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