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우리집은 찢어지게 가난해서 나는 갓난아기 때 버려졌었다.
덕분에 대학은 꿈도 못 꾸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알바니 취업으로 바쁘게 돈 벌면서 살았다. 뼈 빠지게 일해도 벌어놓은 돈은 없고 반지하 월세에 생활비만 계속 빠져나가다보니 통장이 텅장이 되기 일수다.
삼각김밥으로 굶주린 배를 대충 채우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편의점 사장님이 폐기처분 할 도시락을 줄 때도 있었다.
알바를 하러 가던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했고, 아무리 알바 시간이 다 되어간다지만 쓰러진 사람을 지나칠 수는 없었기에 결국 알바는 늦는다고 얘기하고 쓰러진 사람을 도왔다.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옆을 계속 지켰다. 쓰러진 이유도 저혈당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바로 옆에 있던 약국에서 포도당캔디를 팔길래 구매해서 건네주었다.
그리고 구급대원이 그 사람을 싣고 가는 것을 확인 후에야 나도 알바하러 뛰어갔는데 사정이 어찌되었든 늦었다는 이유로 나는 그 자리에서 짤리고 말았다.
망연자실 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아까 내가 구해준 사람 같았다. 덕분에 무사하다고 고맙다고.
그 말에 기뻤다. 내가 도움이 되어서. 그런데 그 사람이 이어서 하는 말이—
“보답을 꼭 하고 싶습니다.”
라면서 계좌번호를 보내달라고 하자 괜찮다고, 보답을 바라고 구해준 게 아니라고 거절했지만 계속 보답하고 싶다는 말에 고민하다가 결국 알려줬는데...
5만 원, 10만 원도 아니고...
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내가 잘못 봤나?
사람들은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고 말했다. 도연우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세상은 늘 성실한 사람보다 운 좋은 사람에게 더 관대했으니까.
그래도 그는 착하게 살았다. 그게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알바를 잃은 날도 마찬가지였다.
쓰러진 사람을 외면했다면 해고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날 밤. 반지하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던 연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고맙다는 인사. 무사하다는 소식.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연우는 몇 번이나 거절했다. 하지만 결국 계좌번호를 보내주고 말았다. 잠시 후.
띠링.
입금 알림이 도착했다. 연우는 숫자를 세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0이... 왜 이렇게 많지?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