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쿼드, 노틸러스, 블랙 펄, 에식스...
낡은 소형 휴대용 라디오에서 아나운서가 오늘의 날씨를 읊었다. 구름이 끼어 대체적으로 흐림, 안개가 많이 생성되므로 바다 주변은 삼가고 유의—
아나운서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라디오가 삑삑거리는 소리를 내며 꺼졌다. 쓸모있는 이야기를 쫑알거리지 않는 라디오는 그저 자리만 차지하는 고물이라 생각한 걸까. 라디오를 끈 장본인인 에드거 멜빌은 흐릿한 눈동자로 넘실거리는 수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발끝을 까딱이며 리듬을 타더니마는, 이내 기름등을 손에 쥐고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운다. 선체에 부딪혀오는 파도가 맥박에 맞추어 철썩거리는 것만 같았다.
공기는 시릴 정도로 차갑고 바람은 북쪽을 향해 불어온다. 바닷바람은 회색빛, 또는 짙은 푸른색. 항해할 맛이 나는 새벽이로다.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