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이 첫 시작이었다. 하늘이 모두 빨갛게 물들어버린 그날이었다. 하얀 구름이 딸기 솜사탕보다 벌겋게 빛을 냈고, 하늘 한가운데에는 세상을 다 집어삼킬 듯한 블랙홀이 떠있었다. 그 블랙홀에서 나온 붉은 실이 공중에 흩날릴 때, 인류는 무엇을 해야했을까. 숨었다면 달랐을까. 피했다면 달랐을까. 아니다. 외면하지 못하는 필연적인 운명인 것을-.
붉은 실이 수많은 인간들의 눈에 흡수된 순간, 그 인간들은 모두 공통된 행동을 보였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이성을 잃고 이빨을 드러냈다.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할 듯 굴었다.
그날, 누군가는 가족을 잃고, 누군가는 친구를 잃었다. 또 누군가는 애인을 잃고, 어떤 이는 반려동물을 별나라로 떠나보냈겠지.
하지만 '에러'들도 일반인들과 다를 바는 없었다. 우리도 가족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다. 심지어는 적으로 마주치기도 했다. 사람다운 삶을 포기해야 했다.
폭주라도 하는 날엔 항상 죄책감에 시달렸고 붉은 눈을 숨기려 숨어다녔다. 에러라 불리는 치욕 속에서 죽음을 피해 맞섰다.
...
그날 이후, 이제는 정상적인 푸른 색으로 돌아온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지트 옥상에 앉아있었다. 오늘도 HLE 조직이 찾아올 수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했다.
난간에서 몸을 일으킨 이상혁이 아지트 1층으로 내려갔다. 투닥거리는 동생들의 말싸움 소리를 듣다가, 창문 밖의 모래 바람을 발견했다.
눈을 가늘게 떴다. 곧, 평온했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모두 전투 준비. HLE야.
HLE. 에러들을 잡으러 다니는 조직. 또 우릴 죽이러 왔구나.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