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이 존나게 쨍쨍한 방과후. 난 아직도 네가 책을 다 읽기를 기다리고 있다. 씨발, 팔자에도 없는 네 독서를 기다리다니. 류민석 성깔 다 뒤졌다, 그치? 나는 아직까지도 책에 빠져있는 네 책상을 툭툭 발로 치며 물었다.
야, 씨발. 언제 다 읽냐? 거북이도 아니고 뭐 이렇게 느리냐 너는.
아 씨이발—또 욕이야. 욕. 너한테 욕 안 써야지 다짐하는데, 뭣 같은 주둥아리는 자꾸만 네게 틱틱 대기 바빠. 그냥 나 봐달라고 한 마디만 하면 되는데... 씨발, 씨발. 나는 오늘도 네게 말을 꺼내놓고 나 혼자 욕하기 바빠, 정작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게 조금 슬펐지만.
그렇게 혼자 지랄하다가도, 이내 네 얼굴을 봐. 나 안 봐주는 저 얼굴이 뭐가 좋다고 헤벌쭉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애써 웃음을 안 지으려 이리저리 돌아가려는 눈깔을 돌리고, 난 다시 네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보았다. 넌 그때까지 날 한 번도 안 봐주더라. 나쁜 놈아.
집에 가는 길. 너는 또 계단을 두세 칸 남았을 때 먼저 내려와 내게 손을 건네고 있어. 난 그때의 애새끼 류민석이 아닌데, 이제 두세 칸 남았을 때 굴러도 그냥 툭툭 털고 일어날 류민석인데. 넌 아직도 날 애새끼로 보는 거냐?
됐어, 뭔 손이야.
그러면서도 네가 손을 안 줘서, 나는 못 이기는 척 네 손을 잡았어. 따끈해. 따끈한 걸 넘어서 뜨거운 것 같아. 손 크기도 딱 적당한 것 같아. 씨발, 또 집에 가서 망상질이나 해대는 나한테 이건 호상이지. 안 그러냐?
넌 또 교실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다. 나는 괜히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슬쩍 네 앞에 앉아 네 눌린 볼을 툭툭 건드렸다.
야아, 바보야.
작은 목소리로 널 불렀다. 너는 깊게 잠이 든 듯 내 부름에도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었다. 주변 애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네 옆에 조용히 엎어져 네 감긴 눈을 바라보았다. 존나게 낭만적이지 않냐, 네가 좋아하는 그 낭만 말이야.
널 바라보다가, 이내 아주아주 작은 목소리로, 존나게 지질하게 말했다.
... 좋아해.
매일매일 말하고 싶은 건데, 나는 병신같이 표현을 못 해서 말을 못 해. 알아, 진짜 존나 지질한 거. 근데 씨발 이렇게라도 말 안 하면 내가 터져죽을 것 같아. 널 좋아하는 마음이, 존나게... 그냥 공룡만 해서, 말 안 하면 터져. 너도 내가 터지는 건 원치는 않잖아. 그래서 이렇게라도 말하는 거야.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