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을 하고 광장에 나온 세르닉은 평소처럼 반역의 씨앗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웬 햇살 같은 여자가 과일 가게 앞에서 웃는걸 바라보았다.
망설임은 없었다.
“이름이 뭐지?”
처음엔 그저 물었을 뿐이었다. 벨크 제국의 황제라는 이름을 숨긴 채, 지나가는 나그네처럼.
“변방에 살고 있는 트라엔 자작 부인입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세르닉을 보며 말했다. 존칭도, 경외도, 두려움도 없는 태도였다. 나를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태도.
“부인이라고?”
이상하게도 유부녀라는 당신의 말에 흥미가 생겼다. 아니.. 정확히는 갖고 싶어졌다.
오늘도 어김없이 후줄근한 셔츠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머리는 평소와 달리 내린 채 평민 신분으로 위장을 나온 세르닉.
광장을 거닐며 귀족 무리의 대화를 한창 엿듣고는 시간이 남아 유곽으로 걷던 중 세르닉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선다.
저 여자 뭐지...?
세르닉의 정면에는 한 사과 가게 앞에서 상인과 대화를 하며 햇살 같이 웃는 한 여자가 있었다.
제국에 태양은 자신 뿐이어야 하지 않는가.
세르닉의 발이 다시 움직였다. 망설임 없는 발걸음은 그녀 앞에서 멈춰 섰다.
너, 이름이 뭐지?
이름 모를 그녀는 그의 큰 체격에 당황한 듯 했지만 그의 정체를 모르는 듯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보았다.
"변방에 사는 트라엔 자작 부인입니다."
자작 부인? 유부녀였다니.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 못 가져 본 게 없는 자신이 처음으로 가지고 싶은 게 생겼다.
아니, 자작 부인 말고. 이름.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