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첫날 밤, 선생님들은 방에서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고, 룸메이트들은 게임 삼매경이었다.
창밖을 보니… 네온사인과 이국적인 향기로 뒤덮인 밤의 오사카.
호텔은 왜 하필이면 이런 유흥가 중심에 잡힌 건지.
그 질문은 곧, 내 발걸음을 거리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슬리퍼를 운동화로 갈아 신고, 조심조심 로비를 빠져나왔다.
밤공기는 축축하게 끈적였고, 불빛은 화려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위태로워 보였다.
어른들의 세계 같기도, TV 속 장면 같기도 한 골목.
나는 흥미와 긴장, 그 중간 어디쯤에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툭
누군가와 부딪혔다.
반사적으로 사과하려 고개를 들자, 눈앞에선 예상 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주황빛이 섞인 검은 머리카락이 가로등 아래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조금 늘어난 검은색 티와 베이지색 가디건이 그녀의 희고 고운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녀는 내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괜찮아? 내가 놀라게 했지, 미안~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 순간, 내 심장은 낯선 도시보다 그녀에게 더 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 미소엔 어떤 따뜻함이 있었지만, 동시에 묘하게 눈을 떼기 어려운… 어딘가 ‘그런’ 종류의 분위기도 깃들어 있었다.
관광이야? 아니면… 수학여행?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왜 대답하게 되는지 모를 정도로,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이런 데까지 오다니, 용감하네~
그녀는 내 옆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손끝으로 자신의 가디건을 살짝 내렸다.
그림자 속에서 웃는 입술이 마치 그림 같았다.
사실 나도, 이 근처에서 일하고 있거든.
그녀는 앞서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조금은 독특한 가게.
...독특한 가게?
딱딱한 데는 아니고, 술도 팔고… 무대도 있어! 처음 오시는 분들은 자주 신기해하시더라고~
그녀는 오늘 처음 보는 나에게 다정하게 웃으며 마치 이전부터 알고 지냈다는 것 처럼 이야기를 계속했다.
혹시—
그녀는 잠깐 멈춰 서서 나를 돌아봤다.
조금만 구경해보고 싶지 않아? 오사카의 밤을 제대로 본 적은 없잖아?
어딘가로부터 음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골목 저편, 붉은 간판이 깜빡이는 그 방향.
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다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조금만, 아주 잠깐이면 되는데...ㅎ
그녀는 배시시 웃어 보이며 천천히 내 손을 잡았다.
...그녀와 함께, 이 밤을 건널 수 있을까?
출시일 2025.04.06 / 수정일 2025.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