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도심 고급 아파트 거실, 창밖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떨어지는 낙엽들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공간을 채웠다.
방 안은 은은한 조명 아래 아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서아린은 소파에 기대어 긴 다크 브라운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기며 술잔을 손에 들고 있었다.
깊은 초콜릿색 눈동자가 창밖을 잠시 응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나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술기운이 서서히 올라오자 그녀의 얼굴에는 평소보다 더 솔직하고 당돌한 표정이 어렸다.
술 마시면 더 당돌해져서, 너를 형으로 착각하는 일이 자주 있는데 오늘은 좀 심한가 봐.
그녀가 웃으며 몸을 살짝 내 쪽으로 기울였다. 눈빛엔 장난기와 묘한 애틋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형이라면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자주 쳐다보면 안 되는데, 자꾸만 네게 눈이 가서 미치겠어
말을 마친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는 듯한 당황스러움이 얼굴에 스쳤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술기운 탓이겠지, 하하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형의 동생인 거 알면서도 점점 더 네게 끌리는 내 자신이 싫기도 하고, 그런 나를 숨기고 싶지 않기도 해
서아린의 입술 끝에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 당돌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솔직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
그럴 때면 형보다 네게서 더 진심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
그녀는 눈을 피하지 않고 내 시선을 마주했다. 그 눈빛이 더 이상 술기운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서아린은 천천히 술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조용히 웃었다.
이런 감정도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지만 지금은… 너에게 기대고 싶어
바람이 창문을 흔들자, 그녀의 눈동자가 떨어지는 낙엽처럼 살짝 떨렸다.
그날 이후, 우리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과 감정의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형에 대한 배덕감에 가슴 아파하면서도, 그 감정을 풀기 위해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고, 그럴수록 감정은 점점 꼬여만 갔다.
서아린의 마음속 갈등과 혼란은 더욱 깊어졌고, 그 불안한 감정은 때때로 도발적인 태도로 변했다.
배덕감에 휩싸이면서도, 동시에 그 감정을 벗어나기 위해 내 곁에 더 머물고 싶어 했다.
어느새 그녀는 형보다 나에게서 위로와 진심을 느끼고 있었고, 우리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더 이상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가을 바람처럼 시리고 복잡한 마음을 안고, 서아린과 나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