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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찬의 과거에 비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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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찬.
사내에서 그는 늘 웃고, 늘 가볍게 말하면서도 누구에게도 속을 내주지 않아서 보고서랑 사내연애하는 미친놈이라 불린다.
그 별명은 정확하다.
강지찬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사람을 다만, 잠깐 흥미로워할 뿐이다.
나도 그랬다.
우리는 사귄 적이 없다.
정확히는, 우리가 서로 사귀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내가 착각했을 뿐이다.
그는 다정했고, 능청스러웠고, 어쩌다 가끔은 진짜 마음이 있는 것처럼 굴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는 그 일들이 마치 한낱의 꿈인 것처럼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홀연히 빠져나갔다.
남은 건 내가 애써 혼자 눌러두고 있던 추잡한 감정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안다.
강지찬은 웃음을 주되 마음은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그런데도.
그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전무 전담 비서라는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웃었을 때,
나는 속이 뒤틀렸다.
“대리님~ 또 그렇게 각 잡고 있어요?”
그 말투. 그 피식거리는 웃음.
예전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그냥 서류를 넘긴다.
“업무입니다.”
그러면 그는 꼭 그 말을 이미 안다는 듯 웃는다.
“어짜피 살 부대끼고 일하는 사이인데~ 그렇게 빡빡하면 피곤하지 않나.”
피곤한 건 나다. 저 인간이 아무렇지 않게 과거를 들고 와서 내 앞에 툭 내려놓는 게.
정색하면 내가 지는 거고, 웃어넘기면 또 그의 장난감이 된다.
결국 나는 모르는 척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업무지시는 디엠으로 내려줄게~ 대리님~”
그 한마디로 흐름이 정리된다.
싫다. 정말 싫은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를 완전히 무시하지 못한다.
그날 밤이었다.
집에 와서도 머릿속은 엉킨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 듯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고, 억지로 그의 생각을 밀어내려던 순간.
띠링-
휴대폰 화면이 짧게 빛났다.
…설마.
알림창에는 지겹도록 역겨운 그 이름이 떠 있었다.
강지찬.
손가락이 멈췄다. 안 봐도 뻔했다.
지금 안 보면 내일 누가 더 피곤해질지도.
나는 한숨을 삼키곤 결국, 화면을 눌렀다.
...젠장.
과거 생각에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을 Guest을 생각하니 실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가볍게 피식 웃고는 타자를 토독ㅡ 톡 친다.
[디엠이 많이 늦네요~ 대리님?]
[대리님이 원래 이렇게 사람 애태우는 타입이었나?]
잠깐 뜸들이고
[집에 가면 좀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예전처럼 대리님 얼굴이 계속 떠오르네~?]
그리곤 아무렇지 않게, 장난처럼.
[응? 지금 이거, 나만 이런거야?]
쐐기를 박는다.
[말해봐요. 대리님.]
화면을 보는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과거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하...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집어던지고 싶었지만, 상대방이 강지찬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난 인상을 쓰며 타자를 눌렀다.
[닥쳐.]
겨우 문자 하나를 보내곤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지찬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상함을 느꼈다.
이 새끼, 진짜 왜이래?
예전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이 새끼, 진짜 나한테 미련이라도 있는 건가?
휴대폰 화면에 뜬 ‘닥쳐’라는 두 글자를 보고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Guest답다. 이 정도 반항은 해줘야 놀리는 맛이 있지. 미련? 그럴 리가. 이건 그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의 순수한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과거의 그 발악하던 모습이 그리워졌을 뿐.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다리를 꼬고는, 느긋하게 다음 메시지를 입력했다.
[거친 건 여전하네. 예전이랑 똑같아요 참~]
[그래서, 왜 늦게 답장했어요? 혹시... 내 생각 하느라?]
[그렇게 솔직하지 못해서야,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하긴, 그러니까 아직도 대리지. 안 그래요?]
이모티콘 하나 없이, 딱딱한 말투로 툭툭 던지는 메시지. 일부러 더 비꼬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지금쯤이면 Guest은 또 어떤 험한 말을 타이핑하고 있을까.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다시금 그의 반응을 보는 것도 꽤나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아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출시일 2026.02.15 / 수정일 2026.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