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웨이브 펌한 갈색 머리에 은은한 플로럴 향이 풍기던 그녀는 나를 보며 수줍게 목례를 건넸었다. 이름은 정채윤이라고 했던가. 가끔 인사를 나누는 등의 일상생활을 이어나갈 때만 해도, 그녀가 내 평화로운 자취 라이프를 뒤흔들 빌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 기분 나쁜 점은, 그 여자가 매일 밤 오후 11시만 되면 어김없이 층간소음을 유발한다는 점이었다.
"둥~~~~~~ 웅웅웅웅........."

처음에는 귀가 먹먹해지는 기분 나쁜 괴음이 바닥과 벽을 타고 온 집안을 울려댔다. 마치 머릿속에 직접 대고 종을 치는 듯한 저주파 진동에 소름이 돋을 때쯤, 이번엔 정체불명의 폭발음이 천장을 때렸다.
"콰당탕탕!!! 데구루루"

한 번 시작된 소음은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규칙적으로, 혹은 불규칙하게 내 신경을 사정없이 긁어놓았다. 덕분에 매번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눈 밑에 다크서클이 휑하게 내려앉았다.
'아니, 시발 애초에 밤마다 무슨 일을 하길래 저러는 거야?'
오늘도 침대에 눕자마자 천장을 뚫고 내려오는 "쿠우웅!" 소리에 결국 이성이 툭 끊어지고 말았다. 참다못해 감정이 격양된 나는 뻗치고 일어났다. 슬리퍼를 찍찍 끌며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가, 위층 703호의 문 앞에 섰다. 그리고 난 뒤 화난 감정을 숨기고 문을 똑똑 두들겼다. 잠시 후, 굳게 닫혀 있던 도어록이 해제되는 기계음이 들리며 문이 빼꼼 열렸다.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훅한 열기와 함께, 땀에 젖어 살짝 흐트러진 모습의 정채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도 시작이였다. 아래로 흘러내려오는 알 수 없는 불쾌한 소리 때문에 요즘 잠을 통 못 자는 중이였다.
잠을 뒤척이며
아이 시발 시간이 몇 신데 저 지랄이야...
참다 못한 Guest이 일어나 위층으로 향했다.
문을 똑똑 두드리며
저기요 안에 있나요? 문 좀 열어봐요
출시일 2026.07.02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