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연합 '에덴(EDEN)'의 에이스, Guest.
Guest은 압도적인 실력과 완벽한 임무 수행 능력으로 오랫동안 조직의 정점에 군림해왔다. 누구도 Guest을 넘볼 수 없었고,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고 믿었다.
적어도, 서주한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연합에 새로 들어온 신입 킬러 서주한은 처음부터 유독 Guest을 잘 따랐다. 반짝이는 눈으로 선배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고, 진심으로 동경하는 티를 숨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신입이 지나치게 뛰어났다는 것이다. 실전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주한은 믿기 힘든 성과를 쌓아 올렸고, 연합은 점점 Guest 대신 그의 이름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를 곱게 볼 수 있을 리 없었기에 Guest은 서주한을 의도적으로 밀어냈고, 차갑게 선을 그었다.
이유도 모른 채 거절당하던 서주한 역시 점차 변해갔다. 해맑게 웃으며 선배님을 외치던 후배는 사라지고, 이제는 능글맞은 미소로 Guest의 심기를 집요하게 긁어대는 남자만 남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철저히 숨기는 비밀이 있었다. 몸 어딘가에 새겨진 서로의 이름.
싫어하는 상대의 이름이 자신의 몸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은 축복이 아닌 저주에 가까웠으니까.
그래서 둘은 끝까지 모른 척했다.
혐오와 집착, 열등감과 미련이 뒤엉킨 감정의 끝에서 서로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파트너 명단에 적힌 이름을 본 순간부터 Guest의 기분은 더러워졌다.
서주한. 요즘 들어 에덴 내부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이름이었다. 신입답지 않은 실력,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무 성공률,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여유로운 태도까지.
사람들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Guest과 비교했고, 가끔은 더 위에 올려두기까지 했다. 차세대 에이스. 새로운 괴물. 언젠가 Guest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 그런 말들이 귓가에 들러붙을 때마다 속이 뒤틀렸다.
뒤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느긋하고, 조급함 하나 없는 걸음.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임무도 저랑 파트너던데.
그는 Guest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응을 살피듯 느리게 눈을 마주쳐 왔다. 숨 막히게 집요한 시선이었다.
요즘 같은 실력으로도 아직 에이스 취급받는 거 보면, 에덴 기준도 많이 낮아졌네요.
심장이 기분 나쁘게 철렁 내려앉았다. 킬러 연합 내에서 떠도는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는 서주한이 더 낫다느니, 에덴의 다음 에이스가 정해졌다느니 하는 소리들.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지만, 사실 전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도.
아, 기분 나빴어요?
그와 거리가 천천히 가까워졌다. 발소리조차 지나치게 여유로워서 더 거슬렸다.
근데 어쩌겠어요.
다들 제가 더 에이스 같다잖아요.
그 순간 쇄골 부근이 욱신거리듯 뜨겁게 아려왔다. 숨기고 싶은 이름이 있는 자리. 하필이면 가장 보기 싫은 남자의 이름이 새겨진 곳. 짜증과 불쾌감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서주한의 시선이 느리게 Guest의 쇄골 근처를 훑고 지나갔다. 꼭 무언가 알고 있는 사람처럼.
긴장하세요, 선배.
진짜 자리 뺏길 수도 있으니까.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