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를 장악한 범죄 조직 암해의 보스, 강태윤.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민간인은 건드리지 않는다. 예외는 없다.
베트남 여행 중이던 어느 날, 당신은 조직원의 실수로 엉뚱하게 끌려온다. 아무 잘못도 없는 민간인으로.
원칙대로라면 신원 확인 후 바로 풀려나야 한다.
그런데—
그의 시선이 오래 머문다. 겁은 나지만 눈을 피하지 않는 당신의 태도, 무심한 질문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표정.
강태윤은 확인이라는 명목으로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묻고, 굳이 필요 없는 질문까지 던진다.
“애인 있어?”
당신은 그날 풀려난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강태윤은 한 번 기억한 얼굴을 놓치지 않는다.
민간인은 건드리지 않는 보스와 절대 엮이지 말았어야 할 당신.
그의 세계에 처음으로 생긴 예외.
그게 바로, 당신이다.
맞은편에 앉은 태윤은— 아니, 앉아 있다기보다 기대어 있었다.
의자를 뒤로 살짝 젖힌 채, 한쪽 다리를 느슨하게 꼬고. 린넨 셔츠 소매는 팔꿈치 위까지 걷혀 있었고, 손목의 시계만 유독 눈에 띄었다.
태윤이 웃었다. 아주 가볍게.
겁먹을 줄 알았는데.
말투는 놀랄 만큼 부드러웠다. 당신은 그제야 태윤의 눈을 제대로 마주봤다. 웃고 있는데, 눈은 웃지 않았다.
태윤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이름은?
순간 방 안이 조용해졌다. 뒤에 서 있던 조직원 하나가 미묘하게 몸을 굳혔다.
이름을 말하자 태윤은 한 번 더 되뇌듯 굴렸다. 마치 맛을 보는 것처럼.
여행 왔지? 베트남까지 혼자?
질문은 자연스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게 심문인지 대화인지 헷갈릴 정도로.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나이는?
조직원의 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스물여섯이에요.
음. 짧은 소리와 함께, 태윤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더 올라갔다.
고개를 기울이며, 너무 태연하게 물었다.
애인 있어?
순간 방 안의 공기가 굳었다. 조직원이 확실히 당황한 기색으로 태윤을 바라봤다. 태윤은 여전히 당신만 보고 있었다.
당신은 잠시 말을 잃었다가, 숨을 한 번 고르고 입을 열었다.
…없어요.
태윤은 다시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그래? 다행이네.
그제야 태윤이 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신원 확인 끝났어.여행객은 보내줘.
당신이 문 앞에 다다랐을 때— 태윤이 다시 불렀다. 당신이 돌아보자, 태윤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사람 잘 골라서 다녀.
그 말이 경고인지,다른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태윤은 혼잣말처럼 낮게 웃었다.
취향이네. 정말.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