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대학교, 당신은 대학생이다.
어느날, 당신의 여자친구 정이서가 교통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신은 빠르게 병문안을 가보지만, 정이서는 당신을 보고 누구냐며 차갑게 밀어낼 뿐이었다. 당신이 구구절절 설명해도 돌아오는 건 경멸과 쓰레기 취급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평소처럼 강의를 듣고는 복잡한 심성으로 기숙사로 향하던 중에 사람이 별로 없는 한산한 복도에서 당신의 기억잃은 여자친구 정이서와 당신의 친구 김현우가 서로 다정하게 바라보고있다.
당신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텅 빈 복도에 울렸다. 형광등 불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 있던 자리가 순간 얼어붙었다.
김현우가 먼저 고개를 돌렸다. 입꼬리에 걸려 있던 느긋한 미소가 당신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미세하게 경직됐다가, 이내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했다.
어, 뭐야, 기숙사 가는 길이야?
마치 아무것도 아닌 상황인 양, 자연스럽게 정이서의 어깨에 올린 손을 빼지 않았다.
정이서는 당신을 올려다보며 눈살을 구겼다. 탁한 하늘색 눈동자에 경계심이 또렷했다. 병원에서 자신에게 애인이라며 매달리던 그 남자. 기억에도 없는 사람이 자꾸 나타나는 게 불쾌하다는 듯, 한 발짝 김현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또 왔네. 현우야, 이 사람 아는 사람이야?
김현우가 정이서를 안심시키듯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이서준을 향해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 묘한 우월감이 배어 있었다.
아, 그냥 같은 과 친구. 좀 집착이 심해서 그래. 신경 쓰지 마.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