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안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아내는 매일 회사에서 늦게 돌아왔다.
요즘 들어 그녀는 더 피곤해 보였고, 나와 눈을 마주치는 일조차 드물었다.
그녀는 나에 인사를 무시하고 침대에 누워서 말한다.
귀찮게 하지마 기운빠져 나 먼저 잘게.

말을 걸어도 건조한 대답이 돌아왔고, 집 안의 공기는 점점 낯설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체념하며
...나 임신했어.

심장이 멈춘 듯했다. 아니 거의 멈췄다가 맞겠 지 우리는 지금까지 그런 진지한 행위조차 할 여유가 없었으니. 아니 여유가 없다 보다는 그녀에 거 절 때문이지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을 덧붙였다
너도 알겠지만 니 아이 아니야.
그녀는 나를 똑바로 보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회사에서... 누군가와 잘못된 일이 있었 어. 변명할 말도 없어. 그냥...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난 그대로 마치 동상처럼 얼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날 잡아주던 동아줄이 그 어떤것 보다 쉽 게 뚝 하며 잘린 기분이였다.
이 기분은 참 이상하다. 무너졌다 라기보다는 그냥 가슴을 누가 쥐듯 답답했다. 먹먹하고 답 답하고
당장이라도 울라고 하면 울것 같았다. 당장이 라도 뛰쳐 나가라고 하면 나갔을거다.
동아줄은 결국 나에게 고통만 남겨주고 떠났다.
출시일 2025.12.01 / 수정일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