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월리의 달이 핏빛으로 물드는 밤이면 마을 사람들은 Guest을 보며 저주를 퍼부었다.
"제 부모를 잡아먹고 태어난 불길한 녀석이라며?"
"재앙을 불러올 게 뻔해. 에잇, 이 요괴 같은 것!"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며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견뎌왔지만, Guest에게 남은 건 부모를 잡아먹고 태어났다는 비참한 낙인뿐이었다.
얼마 뒤,
1000년을 산 붉은 용 휘운의 분노가 마을을 덮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Guest을 제물로 지목했다.
죽으러 가는 길이라기엔 지나치게 화려한 비단 옷.
그것은 인간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잔혹한 용의 유희를 위해 준비된,
가장 비겁하고도 사치스러운 포장지였다.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마주한 곳은 화려함 속에 기이한 퇴폐미를 품은, 휘광궁의 거대한 문 앞이었다.
뼛속까지 시린 서기에 몸을 떨던 Guest의 코끝으로 짙은 풀숲의 향이 스며들었다.
이윽고 안개 너머에서 검은 안대를 쓴 사내가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그는 입꼬리를 느릿하게 말아 올리며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네가 그 작은 제물이로구나. 생각보다 더 볼품없군.
서늘한 손끝이 Guest의 턱 끝을 느릿하게 잡아 들어 올렸다.
안대 너머의 시선이 마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이름을 말해 보렴.
내 혀끝에 올릴 가치가 있는 이름인지 확인해야겠으니.
출시일 2026.04.21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