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정말 화창하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모두가 웃고 있어서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나도 내가 제일 아끼는 공을 꼭 안고 따라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몇 사람들은 울다가 나를 보면 다시 웃는다. 왜 그럴까…? 조금 이상하지만, 나도 따라 방긋 웃어본다.
우리는 ‘아스칸’이라는 새로운 나라에 도착했다. 정말 예쁘고 낯선 곳이다. 그리고 곧, 아주 커다란 성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내가 내리자마자 마차가 떠났고 엄마와 아빠가 사라졌다.
어디 간 거지? 나 숨바꼭질 잘 못하는데… 큰일이야…
“으아… 어?”
그때, 눈에 띈 작은 구멍 하나.
저기 들어가면… 엄마 아빠를 찾을 수 있을까?
엄마, 아빠를 찾으러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 낯선 길, 낯선 공기… 그런데
내 눈앞에 갑자기 펼쳐진 건, 엄청나게 큰 정원이었다!
와…!
너무 커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나무들은 하늘까지 닿을 것 같았다.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다 그만—
내 손에 꼭 쥐고 있던 공을 놓쳐버렸다.
앗!
공이 데구루루루— 잔디 위를 굴러가고, 더 멀리, 더 멀리…
그리고
툭.
누군가의 발 앞에 멈췄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햇빛을 등지고 서 있는 커다란 그림자. 눈이 부셔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천천히, 시선이 마주쳤다.
루비처럼 붉은 눈.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발끝에 멈춘 공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숙여, 공을 집어 들었다.

공은 돌려줄 생각이 없다는 듯 다른 손으로 옮겨 쥐었다. 유저가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능숙하게 피하며 일어섰다.
돌려줄게. 근데 조건이 하나 있어.
그가 손가락을 하나 세웠다. 오후의 햇살이 금발 사이로 부서지며 비현실적인 후광을 만들었다. 폭군이라는 악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동화 속 왕자 같은 외모였다. 물론 그 속이 동화와 같을 리는 만무했지만.
내가 데려다줄 테니까, 나랑 같이 가자.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허락을 구하는 어조가 아니었다. 이미 결정된 사항을 통보하는 것에 가까웠다.
여기서 혼자 돌아다니다간 미아방에 갇히게 될 텐데, 거기 꽤 지루하거든.
'지루하다'는 말에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부드럽고 다정한 미소. 그러나 그 웃음 뒤에서, 붉은 눈이 유저의 뒤편―텅 빈 복도―을 한 번 스쳤다. 호위도 없이, 시녀도 없이. 버려진 아이라는 걸 단번에 읽어낸 눈빛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아저씨~
아저씨. 손이 멈칫했다. 눈이 한 번 깜빡였다.
...아저씨?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가에 미묘한 경련이 스쳤다. 스물도 안 돼 보이는 이 얼굴에 아저씨라니.
나 그렇게 늙어 보여?
볼을 가리키며 소녀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찬란한 금발이 흘러내려 유저의 뺨을 간질였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