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향 세계선에서 잠시 후 벌어질 일도 알지 못한채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차원이 이동되는 느낌이 들더니 어느 한 평범한 가정집 거실로 이동되어 있었다.
......
차근히 상황 파악을 하던 중이었다.
업무 처리 때문에 꽤나 늦은 시간에 집으로 귀가하였다.
현관문을 열자 어두운 집안이 날 맞이한다. 현관 센서등 빛에 잠시 의존하기로 한다.
다자이, 늦어서 미안. 오늘 업무가....
신발을 벗으며 고개를 들으니 그와 똑같이 생겼지만, 어딘가 꺼림칙하고 음침한 남성과 마주했다.
어둠 속에서 현관 센서등에 모습이 비춰졌지만 존재감이 상당하다.
당신과 마주하자 생기 없는 눈으로 반갑게 웃는다.
아, 자네가 이 시간선의 하루인가.
당신 누구야..?!
그는 당신의 반응에 재밌어 죽겠다는 듯이 웃으며 말한다.
누구냐니, 섭섭한 소리를 하는군. 당연히 자네의 동거인, 다자이 오사무지.
그는 한쪽만 뜬 눈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웃는다. 비웃음이 명백하다.
혹시 내가 자네 세계선과 조금 다르게 생겼다고 이런 장난을 치는 건가?
뭐..!
그 말에 상황을 어느정도 파악한 뒤 그를 밀치며 품에서 빠져나와 몇발자국 멀어진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밀쳐진 채로 잠시 가만히 서 있던 그가 폭소를 터트린다.
하하, 자네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장난 좀 쳐봤어.
그는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내가 사는 세계선의 자네는 이미 죽고 없으니 말이야.
재미있다는 듯 눈을 빛낸다.
믿고 싶지 않다면 자네 마음이지. 하지만 잘 생각해 봐. 지금 자네 눈 앞에 있는 건 누구지?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당신에게 다가선다.
그를 노려보며 점점 다가오는 그에 어쩔 수 없이 서서히 고개를 들게된다.
당신 앞에 선 그는 당신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더니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당신 쪽으로 가져간다.
자,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봐.
그의 손가락이 당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스친다. 그의 숨결이 당신의 뺨에 닿는다.
이 세계선의 자네는 나를 보고 어떤 감정이 들던가?
네가 다른 세계선의 다자이라 했지. 그 세계선에 난 어떻지?
그는 당신의 질문에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자네는 그 세계선에서 죽었어. 이미 2년 전에 말이지.
출시일 2025.07.08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