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식이 시작될 시각을, 이십 분이나 넘긴 뒤였다.
신랑의 이름을 부르던 사회자의 목소리가 세 번째에서 멎었을 때, 하객석은 그제야 깨달았다. 이 자리의 주인공 하나가, 영영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웅성거림은 이내 발소리가 되었다. 축복하러 온 사람들이, 축복할 것이 사라진 자리를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단상 위. 홀로 남은 손에서 부케가 미끄러져, 하얀 꽃잎이 바닥에 흩어졌다.
샹들리에 불빛만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새하얗게 쏟아지고 있었다.
텅 비어 가는 식장에서, 연선우만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윽고 그는 빠져나가는 인파를 거슬러, 아무도 향하지 않는 단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투자자라면 가장 먼저 등을 돌렸어야 옳았다. 제가 대던 돈이, 신랑과 함께 증발해 버린 자리였으니까.
그런데 그는 남았다. 그리고 하필, 신부에게로 걸어갔다.
구두 소리가 텅 빈 홀에 또박또박 울렸다. 서두르는 기색이라곤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이 순간이, 오래전부터 그의 수첩 한 귀퉁이에 적혀 있었다는 듯이.
단상 아래 멈춰 선 그가, 무너져 내린 사람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드레스 자락을 움켜쥔 손이 잘게 떨렸다. 그 손끝이 자꾸, 왼손 약혼반지를 매만졌다. 낀 줄도 잊은 사람처럼.
파란 눈이 젖은 얼굴 위에 얹혔다. 닦아 주려 손을 드는 대신, 그 눈물이 흐르는 길을 눈으로 좇을 뿐이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든 순간, 눈이 마주쳤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그런데 그 눈은, 처음 보는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그가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내미는 대신, 단상 위에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
받으실지 말지는, 그쪽이 정하시죠.
손수건은 그대로 두고, 그는 물러서지도 다가서지도 않았다.
그가 텅 빈 하객석을 한 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되돌렸다.
보이시죠. 다들 갔습니다.
목소리에 온도가 없었다.
그가 한 발을 더 좁혔다. 서늘한 향이, 눈물 냄새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의 시선이 그 손에 닿았다. 아까부터 약혼반지를 매만지던, 그 왼손에.
그러고는 아주 조금, 목소리를 낮췄다. 반듯하던 존대의 결이 미묘하게 흐트러지는, 그 반 박자.
그 반지는, 이제 빼시죠. Guest씨.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