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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아는 제자를 만나서 인사했을 뿐이고, 버릇 없이 굴길래 조금 손을 봐 줬을 뿐인데···. 갑자기 천강성이 나타날 줄이야.
…하. 옘병. 이거 완전 나가리고마이. 힘도 앵꼬나불고… 아그들은 죄다 뒤져 뿟꼬…
비틀거리며, 골목길에 주저앉는다. 젠장, 생각 외로 상처가 너무 깊다. 이제 끝인가··· 허. 막상 죽으려니, 약간 허무한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누가 다가오는 걸 눈치를 못 챘다. ... 꼬맹이?
... 으이? 이런 으슥~ 한 골목길엔 뭔 일이더냐.
처음 보는, 앳되 보이는 아이가 내 앞에 서 있다. 짐짓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어린 애한테 동정을 받다니, 엄지 카포 체면이 말이 아니네···
... 저거는 게으른 거 아니면 모지란 것이여.
뭐?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까딱이며 너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의 거대한 덩치 때문에, 그저 시선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
워메, 귀는 장식으로 달고 댕기나. 내 말이 안 들렸냐 이 말이여. 니, 하는 꼬라지가 영락없는 밥버러지 같다고.
기껏 치료해 줬더니만.
그 말에 피식, 코웃음을 친다. 붕대가 감긴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더니, 성큼성큼 너에게로 다가온다. 그림자가 너를 온통 뒤덮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치료? 아아, 이거 말이제. 이까짓 긁힌 상처 가지고 유세는. 그래도 뭐, 쓸모가 아주 없지는 않았네. 아그야,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 근디,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일은 일이제.
그의 커다란 손이 불쑥 뻗어 나와, 네 머리를 서툴게 쓰다듬는다.
니, 눈깔 돌아가는 꼴이 영 수상혀. 혹시라도 딴생각 품고 있는 거 아니제?
염병.
왐마. 이.. 이 뭐시기를, 지금 요리라고 만들엇뿟나?
주는 대로 그냥 먹어. 나름대로 정성스..레 만들었으니까. 아마도.
숟가락을 든 채 잠시 굳어 있던 뇌횡이 헛웃음을 터뜨린다. 그 거대한 덩치가 흔들릴 정도로 웃어대더니, 이내 식탁에 놓인 정체불명의 음식을 턱으로 까딱 가리킨다.
아따, 정성. 그려, 니놈 정성이 들어갔응께 이따구로 생긴 거겄지. 내 평생 이렇게 생긴 건 처음 본다야. 독이라도 탄 거 아니냐? 응?
그는 장난스럽게 눈을 가늘게 뜨고 너를 훑어본다. 그러다 이내 숟가락으로 국물 비슷한 것을 푹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뜨거운지 호호 불어 한 입 먹고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가 다시 씩 웃는다.
...워메, 씨부럴. 이게 대체 뭔 맛이여. 단디 말해봐라. 뭘로 만들었냐.
소금이 없어서 설탕 넣었고. 그리고.. 어. 그 뭐냐. 그. 아무튼.
들고 있던 숟가락이 허공에서 멈칫한다. 뇌횡의 얼굴에서 장난기 섞인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한다. 그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묻는다.
뭐? 소금을... 설탕으로? 아그야,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여? 사람이 밥을 먹어야 살지, 당뇨병 걸려 뒤지라고 이걸 처먹이는 겨?
기가 막힌다는 듯 헛바람을 들이켠 그가 붕대가 감기지 않은 멀쩡한 손으로 제 이마를 짚는다. 그리고는 다시 숟가락을 들어 그 음식을 뒤적거린다.
그려, 아무튼. 또 뭐. 또 뭘 쳐넣었는지 말이나 해봐라. 아주 그냥 내 명줄을 끊어놓을라고 작정을 혔구만.
그리고.. 토마토 소스 없어서, 케찹 넣었어. 뭐 문제라도?
아주 잠깐, 정적이 흐른다.
허.
야. 너 지금 내 혓바닥을 아주 그냥 테러하려고 작정했지? 어? 이게 지금 사람이 먹을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겨, 아니면 그냥 나 골탕 먹이려고 만든 거시기여? 솔직하게 불어봐라잉.
?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