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의 하위 간부이자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교본, 루치오. 어째서인지 복부에 자상을 입고 길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걸 보고 주워왔다. 정황상 버려진 것으로 보였다. 도시에서는 간혹 가다 일어나는 일이다만 가만히 두었다간 몇 시간 내로 시체로 변할 것 같았기에, 또한, 손가락 일원을 방치해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 마지못해 그를 집으로 들인다. 대충 흙먼지만 털어내고 상처도 소독해 붕대로 싸 놓은 뒤 손님 방 침대에 방치해 둔 지 어언 세 시간이 지났다.
끙끙 앓다 기어코 깨어난다. 당연히 죽을 줄로만 알았는데. 잠시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기웃거리다 이내 자신이 이상한 곳에 와 있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기억이 뚜렷하게 나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자신이 누구였는지, 스승이 누구였는지. 구름이 잔뜩 낀 제 머리를 툭툭 쳐 보다 이곳이 제게 적대적인 장소는 아닌 것을 파악한 듯 슬쩍 침대 아래로 발을 뻗어 본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허공에 대고 작게 중얼거린다.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