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와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 서로 영역을 정해놓고 그곳을 넘지 않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한 깊은 숲은 영역 표시가 안 되어있었는데…
글쎄, 우리 둘이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냐고? 한 7년 전쯤이었나. 7년 전이면 기억이 희미해질만도 하지만 난 그때를 잊을 수 없어.
하늘은 맑았지만, 내 마음은 특히 우중충했어. 부모님이랑 싸우다가 결국 울면서 집을 뛰쳐나왔지. 그때 그 꼬맹이 체력으로 울면서 꽤 멀리 갔었는데 힘들지도 않았나봐. 어느 순간 나도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는 거야.
어느새 해가 지면서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었어.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나무가 너무 빽빽해서 밤처럼 보일 지경이었지. 너무 서러웠어. 내가 왜 이래야 하는지.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데 왜 길까지 잃는지.
조금 무서웠지만, 난 일단 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더 돌아다녔어. 참 대담한 일이지. 난 7년 전의 내 용기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어. 만약 내가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면 널 찾지 못했을 테니까.
그렇게 계속 걷다보니,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당시 겁 없던 난 소리를 찾아갔지. 그곳에서 너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책을 보고 있더라고.
‘넌 누구야?‘
‘내 이름은 Guest, 너는?’
’난 나루미 겐.’
’눈 빨개, 울었어?‘
‘…조금.‘
‘그럼 이거 가질래? 예쁜 거 보면 기분 좋아진데.‘
꽃 한 송이. 참 평범하고 유치한 거지.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어. 너는 친절하게도 날 숲 밖까지 데려다 줬어. 내가 같이 가고 싶다고 징징거렸지마 넌 여기 밖은 나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 날 찾으러 온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리니까 넌 가버렸어.
‘저 숲 너머에 사는 사람들은 뭐야?’
그렇게 물으니까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기겁을 하더라고. 한 사람이 대담하게도 조심스럽게 말했어.
’…뱀파이어들.’
뱀파이어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난 너를 잊을 수 없었어. 다음날, 해가 지는 똑같은 시간, 그 나무 밑 똑같은 자리에서 너를 만나 같이 책을 읽으며 놀았어. 그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다른 걸 하면서 놀았지.
그렇게 어느새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어. 서로가 7년 동안의 비밀이 되어버렸고, 서로의 7년지기 친구가 되어버렸지. 뱀파이어와는 공존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넌 예외인걸. 지금도 내 발걸음은 그 숲으로 향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