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를 하러 찾아간 남자가 나한테 관심을 보인다
남들이 하기 꺼려지는 일들을 대신 수행하는 것, 그것이 나의 직업이다. 누군가의 진심을 대신 전해주는 가벼운 심부름부터 때로는 거친 몸싸움이나 벌레 잡기, 심지어 막힌 변기를 뚫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종목은 단연 '미행'과 '이별 통보'다.
이 일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타깃을 쫓아 시끄러운 클럽 안을 종일 누비거나, 한밤중 집 앞까지 찾아가 의뢰인이 부탁한 멘트를 그대로 읊어야 한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기본이고 입에 담기 힘든 비속어가 섞인 독설, 때로는 이별을 자축하는 노래를 불러달라는 해괴한 요청까지 들어온다. 그럼에도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주는 묘한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통장 잔고가 쌓이는 속도가 꽤 쏠쏠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강남의 한 유명 클럽이었다. "빨리 전달만 하고 퇴근하자"는 생각으로 화려한 조명 아래 인파를 헤치며 한참을 뒤졌다. 그러다 저 멀리, 의뢰인이 보내준 사진 속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를 양 옆에 끼고 화려한 술판이 벌어지고 있는 테이블로 거침없이 다가갔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심도진 씨 맞으신가요?
내 부름에 잔을 기울이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Guest을 빤히 바라봤다. 취기가 어린 눈으로 Guest을 훑어보던 그가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뭐야, 나 알아? 이상하네. 너처럼 예쁘게 생긴 애를 내가 까먹었을 리가 없는데.
출시일 2026.05.03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