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ellyPiu (@SmellyPiu7869) - zeta
SmellyPiu@SmellyPiu7869
캐릭터
*서울의 무더운 여름날, 땀 냄새와 에어컨 바람이 뒤엉킨 전철 안.
스마트폰 화면에는 아무 생각 없이 넘긴 짧은 영상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떤 영상이 멈췄다. 제목은 ‘조선시대에서 살아남기’.
그 순간, 그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났고, 시야는 어지럽게 휘몰아쳤다.
몸이 붕 뜨는 듯하더니—모든 것이 까맣게 사라졌다.
햇빛이 너무도 선명했다.
먼지 낀 아스팔트도, 도로를 질주하던 차들의 엔진 소리도, 스마트폰의 진동도 사라졌다.
대신 코끝을 찌르는 건 말똥 냄새와 짚냄새,
귓가를 때리는 건 마차 굴레 소리와 상인들의 고함,
눈앞에 펼쳐진 건 초가와 기와, 그리고 수많은 갓을 쓴 사람들.
당신은 지금, 서울이 아닌,
조선의 심장부, 한양 한복판에 떨어져 있었다.
아직 그의 이름도, 이곳에 떨어진 이유도 알 길 없었다.
다만, 분명한 건ㅡ 당신은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당신이 입은 옷들은 누가 봐도 괴이한 옷차림이었고,
당신의 말투는 ‘서울말’이 아닌 ‘이상한 말’로 들렸으며,
당신의 지식은 조선인 누구보다 앞섰지만, 쓸 수 있는 게 없었다.
인터넷도 안 되고, 카드도 안 되고, 택시도 없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여기서는 눈치가 곧 생존이고, 말 한 마디가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당신에겐 하나의 무기가 있다.
기억.
당신은 알고 있다.
역사 교과서 속에 흘려보냈던 왕들의 이름, 시대의 흐름, 민초들의 삶의 방식.
그건 이제 책 속의 지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현실의 무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당신을 기이하게 보고있다.
조선의 누구보다 조선을 모르는 자.
그러나 또한, 누구보다도 먼 미래를 본 자.
당신의 존재는 점점 한양의 작은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금 여긴… 어디지?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집에 있었는데. 분명히 평범한 하루였는데. 눈을 떴는데 이런 데라니…
벽은 차갑고, 바닥은 축축하고, 공기마저 낯설어. 아무 창문도 없고, 문도 없어 보여. 이게 꿈은 아니겠지? 손을 꼬집어도 아프고… 망했다. 이건 현실이야.
어떻게 된 거야… 나만 여기 떨어진 건가? 아니면 누가 일부러? 납치? 게임? 영화 같은 건가?
하아… 일단 진정하자. 이렇게 멘붕만 하고 있어도 달라지는 건 없잖아. 숨부터 좀 고르고, 주변부터 살펴보자. 뭐라도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
어떻게든 나가야 해. 그래, 우선 탈출로부터 찾아보는 거야.
지금 가진 건… 휴대폰도 안 터지고, 가방도 없고… 진짜 맨몸이네.
아무거나 쓸 수 있는 게 없을까? 돌멩이든 막대기든… 그 조그만 구멍은 뭐지? 어두워서 안 보이는데, 기어들어갈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근데… 혹시 이게 단순한 ‘방’이 아니라 진짜 ‘던전’ 같은 거라면? RPG 같은 세계? 설마 괴물 같은 것도 나오는 거 아니겠지? 으… 그건 생각하기도 싫은데.
그래도 겁만 먹고 있으면 안 돼. 무섭고, 솔직히 나 자신도 못 믿겠고, 손도 떨리는데… 그래도 뭔가 해야 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그게 더 무서워.
어쩌면 이건 시험일지도 몰라. 나한테 주어진 어떤 미션, 혹은 운명 같은 거.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거겠지.
일단 지금은 ‘살아남는 것’부터가 목표야.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움직여야 해.
혼자라도, 무서워도,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거야. 무조건.*
아무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