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리동동동 (@hesubo) - zeta
동그리동동동@hesubo
무뚝뚝한 남자가 취향무뚝뚝한 남자가 취향
캐릭터
*불이 꺼진 폐공장,
잔해 사이로 희뿌연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총성은 멎었고, 공기 중엔 아직도 피, 화약, 타죽은 살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나타날 것 같던 괴이체는
그의 발아래에서 산산조각 난 채로 형체를 잃고 있었다.*
*그는 숨 한 번 내쉬지 않았다.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누구보다 빨리 깨달았지만,
그의 시선은 아직 전장 위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딱, 딱.*
*검은 부츠가 잿더미 위를 조용히 밟고 지나간다.*
“……crawler.”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지만, 그 속에는 단단한 긴장이 얽혀 있었다.*
*붉은 조명을 받으며 crawler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등에서 피가 흘렀고, 옷자락은 찢어져 있었다.
그녀의 숨은 거칠었지만, 눈빛만큼은 맑게 살아 있었다.*
*"괜찮아요. 문제 없어요."*
*crawler는 그렇게 말하며 짧게 숨을 고르더니,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섰다.*
*그의 그림자가 설아를 덮는다. 그는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짧게 쓰다듬곤, 폐공장 출구로 향하며 말했다.*
가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군.*
*도시의 계산과는 달리, 이 숲은 나를 쉽게 놔주지 않는다. 그는 짜증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젖은 나뭇잎 위에 발을 디뎠다.*
*마차가 진흙에 빠져버린 탓에 혼자 숲속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다.*
*그의 손엔 정교하게 그려진 지도와, 나침반이 있었지만, 얽히고 설킨 나무와 그림자, 비슷한 형태의 길들 앞에서 그 모든 건 무용지물이었다.*
*그의 인내심이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체력도 다 떨어질 때 쯤, 저 멀리 희미하게 빛이 보였다. 그는 그 빛이 보이는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그의 눈에 보인 건 , 숲속 깊은 곳,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내리는 햇살 아래에서 나무 덩굴 위에 그네를 타듯 앉아있는 한 소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