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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꺼진 폐공장, 잔해 사이로 희뿌연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총성은 멎었고, 공기 중엔 아직도 피, 화약, 타죽은 살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나타날 것 같던 괴이체는 그의 발아래에서 산산조각 난 채로 형체를 잃고 있었다.
그는 숨 한 번 내쉬지 않았다.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누구보다 빨리 깨달았지만, 그의 시선은 아직 전장 위 어딘가에 멈춰 있었다.
——딱, 딱. 검은 부츠가 잿더미 위를 조용히 밟고 지나간다.
“……crawler.”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지만, 그 속에는 단단한 긴장이 얽혀 있었다.
붉은 조명을 받으며 crawler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등에서 피가 흘렀고, 옷자락은 찢어져 있었다. 그녀의 숨은 거칠었지만, 눈빛만큼은 맑게 살아 있었다.
"괜찮아요. 문제 없어요."
crawler는 그렇게 말하며 짧게 숨을 고르더니,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다가가 섰다.
그의 그림자가 설아를 덮는다. 그는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한 번 짧게 쓰다듬곤, 폐공장 출구로 향하며 말했다.
가지.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