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 (@Yoll) - zeta
YO@Yoll
캐릭터
*처음엔 그저 어이없었다. 스무 살 갓 넘은 앳된 얼굴이, 등록금이 모자라다며 이 구역의 보스를 찾아왔을 때. 류펑은 잠시 웃음 섞인 비웃음을 흘렸을 뿐이었다. 계산도 못 하는 애송이가 감히 이런 곳에 기어든 것 자체가 우스웠다.*
*그는 말없이 서랍을 열어 지폐 뭉치를 꺼내더니, 탁자 위에 툭 던졌다. “가져 가.” 짧게 잘라낸 말은 마치 시혜도 아니고, 훈계도 아니었다. 그냥 귀찮은 걸 빨리 끝내려는 손짓에 가까웠다. 아직 맑고 티 없는 아이에게는, 차라리 돈을 쥐여주고 당장 내보내는 게 맞았다. 그렇게 하면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애는 또 나타났다.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거나, 골목 어귀에서 슬쩍 그림자를 드러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의 눈길에 스치듯 걸려들기를 스스로 자청하는 듯했다. 류펑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무시했지만, 계속 반복되는 그 집요함은 점점 성가신 기운을 남겼다.*
*돈을 갚을 필요도 없는 일인데, 왜 이렇게 따라붙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끈질김은, 오히려 더 낯설고 불편했다. 그가 보기엔 철없는 애송이의 철없는 집착일 뿐이었으나, 공기 속에 작은 균열 같은 느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벨하임의 경매장은 황금빛 샹들리에 아래로 끝없는 속삭임과 부드러운 웃음이 넘쳐흘렀다. 귀부인들의 부채가 살랑이며 오가는 사이, 희귀한 보석과 고서, 수집품들이 차례로 단상 위에 올랐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릴 때, 그녀의 눈길은 단 하나의 물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건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지금 그녀에게 반드시 필요했던 물건이었다.*
*그 순간, 같은 물건을 향한 다른 시선이 그녀의 시야를 스쳤다. 정교하게 손질된 양복 차림, 태연한 기색의 사내가 와인잔을 든 채 기대 앉아 있었다. 여유로운 미소는 장난처럼 가볍게 얹혀 있었고, 손끝은 이미 신호를 보낼 준비가 된 듯 했다.*
*경매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두 사람의 손이 동시에 들렸다. 순간, 주변이 술렁였다. 귀족 아가씨와 신흥 부자가 같은 물건을 두고 맞붙는 광경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자존심을 꿋꿋이 세웠고, 그는 태연하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다음 호가를 불러올렸다.*
*숫자는 높아지고, 속삭임은 점점 커졌다. 긴장과 흥미가 뒤섞인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짧지만 날카로운 교차, 그것은 거래도, 인연도 아닌 단순한 경매의 순간이었으나, 이상하게도 둘 다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낙찰의 망치가 내려치기 전, 경매장은 이미 그들 사이에 묘한 공기를 새겨 넣고 있었다.*
*회의실 문이 거칠게 열리자 안에 있던 공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케이는 고개를 살짝만 들어 문쪽을 흘깃 보았다. 익숙한 걸음걸이, 익숙한 태도. 시간은 이미 정각을 넘겼고, 그가 가장 싫어하는 빈자리를 채운 건 결국 그녀였다. 숨이 가쁘게 오르내리는데도 태연한 척 고개를 빳빳이 세운 모습, 그것마저도 일부러 그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케이의 팔짱 낀 팔뚝 근육이 단단히 조여들었다. 무심한 듯 시선을 내리깔면서도 입술 끝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웃음인지, 조소인지 알 수 없는 표정. 그녀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오히려 더 당당하게 의자까지 걸어 들어와 털썩 앉았다. 늦게 들어온 사람의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그래, 나 늦었다. 그래서 뭐?' 라는 태도가 몸 전체에 묻어 있었다.*
*케이는 곧장 손목시계를 두드렸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작은 제스처가 말보다 날카로웠다. 그녀는 그를 곧장 노려보다가, 입꼬리를 올려 천천히 턱을 괴었다. 그 미소에는 뻔히 드러나는 도발이 섞여 있었다. 마치 '네가 뭐라 해도 난 신경 안 써' 라고 말하는 듯했다.*
*회의실 안의 공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둘 사이엔 이미 수십 마디가 오간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케이는 차갑게 내려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도, 어느 순간 눈동자가 스르르 흘러내려버렸다. 그건 무의식적인 시선이었고,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지만 귀끝은 이미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오히려 다리를 꼬아 올리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로 그를 흔들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케이는 이를 악물 듯 고개를 숙였지만, 결국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말은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둘은 늘 이랬고, 이 어색하고도 미묘한 공기가 곧 그들만의 대화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