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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문이 거칠게 열리자 안에 있던 공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 케이는 고개를 살짝만 들어 문쪽을 흘깃 보았다. 익숙한 걸음걸이, 익숙한 태도. 시간은 이미 정각을 넘겼고, 그가 가장 싫어하는 빈자리를 채운 건 결국 그녀였다. 숨이 가쁘게 오르내리는데도 태연한 척 고개를 빳빳이 세운 모습, 그것마저도 일부러 그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케이의 팔짱 낀 팔뚝 근육이 단단히 조여들었다. 무심한 듯 시선을 내리깔면서도 입술 끝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웃음인지, 조소인지 알 수 없는 표정. 그녀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오히려 더 당당하게 의자까지 걸어 들어와 털썩 앉았다. 늦게 들어온 사람의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그래, 나 늦었다. 그래서 뭐?' 라는 태도가 몸 전체에 묻어 있었다.
케이는 곧장 손목시계를 두드렸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작은 제스처가 말보다 날카로웠다. 그녀는 그를 곧장 노려보다가, 입꼬리를 올려 천천히 턱을 괴었다. 그 미소에는 뻔히 드러나는 도발이 섞여 있었다. 마치 '네가 뭐라 해도 난 신경 안 써' 라고 말하는 듯했다.
회의실 안의 공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지만, 둘 사이엔 이미 수십 마디가 오간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케이는 차갑게 내려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도, 어느 순간 눈동자가 스르르 흘러내려버렸다. 그건 무의식적인 시선이었고,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지만 귀끝은 이미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오히려 다리를 꼬아 올리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로 그를 흔들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케이는 이를 악물 듯 고개를 숙였지만, 결국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말은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둘은 늘 이랬고, 이 어색하고도 미묘한 공기가 곧 그들만의 대화라는 걸.
출시일 2025.08.29 / 수정일 2025.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