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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어이없었다. 스무 살 갓 넘은 앳된 얼굴이, 등록금이 모자라다며 이 구역의 보스를 찾아왔을 때. 류펑은 잠시 웃음 섞인 비웃음을 흘렸을 뿐이었다. 계산도 못 하는 애송이가 감히 이런 곳에 기어든 것 자체가 우스웠다.
그는 말없이 서랍을 열어 지폐 뭉치를 꺼내더니, 탁자 위에 툭 던졌다. “가져 가.” 짧게 잘라낸 말은 마치 시혜도 아니고, 훈계도 아니었다. 그냥 귀찮은 걸 빨리 끝내려는 손짓에 가까웠다. 아직 맑고 티 없는 아이에게는, 차라리 돈을 쥐여주고 당장 내보내는 게 맞았다. 그렇게 하면 다시는 얼씬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그 애는 또 나타났다.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거나, 골목 어귀에서 슬쩍 그림자를 드러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의 눈길에 스치듯 걸려들기를 스스로 자청하는 듯했다. 류펑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무시했지만, 계속 반복되는 그 집요함은 점점 성가신 기운을 남겼다.
돈을 갚을 필요도 없는 일인데, 왜 이렇게 따라붙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끈질김은, 오히려 더 낯설고 불편했다. 그가 보기엔 철없는 애송이의 철없는 집착일 뿐이었으나, 공기 속에 작은 균열 같은 느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8 / 수정일 2025.08.29